중고생 3% 학교서 불법촬영·유포 피해…25%는 성희롱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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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최근 경남 김해·창녕 등에서 교사가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일이 잇따르면서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전수검사를 요청한 가운데 중·고등학생 3%는 학교생활에서 불법촬영·유포 피해를 봤다는 조사가 나왔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중·고교 양성평등 의식 및 성희롱·성폭력 실태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교육부 의뢰를 받아 지난해 5~12월 전국 중·고등학생 14만4472명과 교사 3만4980명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폭력 관련 첫 대규모 실태조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3%는 '불법촬영·유포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학생(3.7%)이 남학생(2.3%)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을 보면 '문자·메신저 등으로 성적인 사진·동영상을 받은 경험(2.1%)이 가장 많았고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당한 경험'(1.0%) '신체 부위나 성관계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을 요구받은 경험'(0.7%) '성관계 행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당한 경험'(0.3%) 등 순이다.

불법촬영·유포 주체는 '같은 학년 학생'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다른 학년 학생' '교사' '그 외 학교 직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학생들은 불법촬영·유포 피해를 보고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응답자의 42.4%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고 답변했고 '부당하다고 생각하거나 불쾌했지만 참았다'는 응답도 30.6%나 됐다.

'당사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는 응답은 21.5%에 그쳤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응답자도 4.5%에 불과했다. 전문상담기관을 통해 신고하거나 상담한 경우도 1.8%에 머물렀다. 나머지는 '지인'(12.7%) '부모님'(6.6%) '교사'(5.6%) 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피해 발생 이후 학교의 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불법촬영 관련 학교의 처리과정이나 결과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58.3%는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41.7%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4명 가운데 1명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성희롱 피해를 봤다. 전체의 25.4%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여학생이 28.7%로 남학생(22.3%)보다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일이 더 많았다.

피해 유형은 '성적인 농담이나 음담패설 등 경험'(17.8%)이 가장 많았고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16.9%) '이성교제에 대한 수위 높은 발언'(13.8%) '특정 신체 부위를 들여다보는 행위'(8.1%) '칠판 등에 성적인 비유나 행동과 관련된 그림이나 동영상 등을 노출시키는 행위'(5.4%) 등 순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성폭력 예방교육이 대부분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의무시수인 3시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44.9%에 달했다"며 "보건교과가 채택되지 않은 학교나 보건이 배정되지 않은 학년에서는 그조차도 실시하지 못하거나 부실하게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교원에게 의미 있는 교육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성희롱·성폭력예방교육의 보강이 필요하며 정책적으로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별 학습진도 상황과 이에 따른 평가가 수반되는 '개인 이력제'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학생들이 학교와 일상에서 적지 않은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전체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긴급 점검을 시행한다.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가해자 징계 등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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