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광화문]정책의 충돌

머니투데이
  • 강기택 금융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7.17 05:11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 실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원리와 이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종종 최악의 상황을 야기한다. 다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줘 임대료 안정을 꾀하려던 주택임대사업자등록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두가 아다시피 매물이 잠겨버렸다. 극단적으로 수급이 꼬이면서 ‘가격폭등’이란 부작용이 뒤따랐다. 한 얼치기 이상론자가 세상물정 모르고 저지른 참사였다.

 이것만이 아니다. 서울시가 49층이던 아파트 층고제한을 35층으로 낮춘 것, 도심지역 재개발을 해제해 실질적인 주택공급 물량을 줄인 것 등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렇게 해놓고선 정부와 서울시는 GTX나 도시전철 등 인프라 개발을 활발히 추진했다. 주거지의 가치를 높이면서 집값을 잡겠다고 ‘쇼’를 했다.

 공급을 늘리기보다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실은 그것도 제대로 못 했다. 특목고·자사고 폐지정책은 강남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수요를 촉발했다. 강남 집값이 오르면 마치 동심원처럼 인근 지역으로 집값 오름세가 번져가면서 키 맞추기를 해온 게 서울 집값이지 않았던가. 강남이 아니면 목동, 중계동 등 다른 교육특구 일반고라도 가야 하니 그 지역의 집값이 또 올랐다. 그러면 주변 지역도 덩달아 뛰었다.

 유동성은 풀고 또 풀었다. 코로나19(COVID-19) 발발 이전에도 경기악화를 방어하느라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쏟아부었다. 코로나19 이후엔 더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광의통화량(M2)은 약 3054조원이다. 풀린 돈은 자산가격을 밀어올릴 수밖에 없다. 지난주 정부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을 2배가량 높이고 단기 양도차익에 세금을 더 물리기로 했다. 그렇지만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으로 몰린 돈의 물꼬를 다른 쪽으로 터 줘야 하는데 그마저도 가로막으려 한다. 기획재정부가 주식시장으로 들어가던 돈을 오히려 내쫓는 세제개편안을 만든 게 그것이다. 시장은 대주주의 범위를 늘려 매매차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때리기로 한 것을 유예하길 바랐다. 그런데 정반대로 소액주주까지 증세하는 방안을 ‘선진화’로 포장해 내놓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2023년부터 투자자들은 거래세를 내면서 2000만원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도 내야 한다. 그나마 국내 주식형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는 2000만원 공제한도가 없다. 해외·비상장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공제한도가 250만원인 것과 비교된다. 이는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해온 금융위원회의 행보와 배치된다. 대규모 환매 사태를 유발해 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 개인 주식투자자의 양도차익 과세를 월 단위로 원천징수하고 세액이 확정되는 이듬해 5월에 환급하겠다는 것 역시 시장에서 투자자를 쫓아내기에 알맞다.

 그대로 밀어붙이면 시장참여자가 줄어 거래세가 감소할 수 있다. 대량환매로 증시가 급락하면 양도세도 생각만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국내 우량주는 대부분 국민연금이 주요주주이므로 주가가 하락하면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라고 온전할 리 없다.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해외 주식 직구(직접구입)가 더 성행하면 환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거래세와 양도세를 함께 부과해 이중과세 문제도 있는 세제개편안은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정책과도 충돌한다. 항간에 KDB산업은행은 강원 원주로, 한국수출입은행은 부산으로, IBK기업은행은 대전으로 보낸다는 설도 도는데 증세는 이런 흩어놓기와 더불어 금융허브 정책을 체계적으로 방해한다.

[광화문]정책의 충돌
정부부처 간에 혹은 중앙정부와 여당 쪽 지방자치단체 간에 사안별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민주주의 국가에선 그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한쪽에서 살리려는 것을 한쪽에서 죽이는 정책을 펴는 것은 볼썽사납기도 하고 보기에 딱하기도 하다. 앞서 열거한 것들은 ‘선한 의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선한 결과’를 가져오기는 더더욱 어려운 게 많다. 현실에 대한 몰이해와 소신을 가장한 아집에 따른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자의 다른기사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동학개미군단' 봉기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