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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인권변호사 박원순이 '2020년 박원순 사건' 맡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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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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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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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획]시장과 비서①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 피해자 쪽에 있다는 확신이 들어 변론을 자처했습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 변호를 맡고 있던 199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성에 대해 분별을 잃는 것은 남자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치명적인 인격적 결함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1992년 서울대 화학과 신모 교수는 담당 조교였던 A씨에게 반복적이고 집요한 성희롱 발언들을 내뱉었다. 교수실로 불러 A씨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몸매를 감상하기도 했고, 단둘이서 입방식을 하자고 제안도 했다. 손이나 등, 어깨를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건 다반사였다.

결국 A씨는 1993년 신 교수를 고소했고 약 5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성희롱'이 위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게 된 발판이 됐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 변호인단에는 박 전 시장이 있었다. 이 재판으로 여성 인권의 신장을 갖고 온 박 전 시장의 공(功)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한다.


인권변호사 박원순 "성희롱은 전적으로 피해자 관점에서"


30년전 인권변호사 박원순이 '2020년 박원순 사건' 맡는다면…


재판 당시 박 전 시장 등이 포함된 원고 측은 "신 교수가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고 상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을 했다"며 "성과 관련된 언동으로 불쾌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을 보면 신 교수는 "요즘 누가 시골 처녀처럼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고 말하며 피해자의 머리를 만지기도 했고 피해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몸매를 감상하는 듯한 태도도 취했다.

"관악산에는 조용한 산책길이 많다"며 함께 산책을 가자고 제안했고, "옷차림이 불편하면 연구실에 청바지랑 운동화랑 가져다 놓고 갈아 입으면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그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성희롱을 당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대인혐오증세를 보이는 등의 질환으로까지 발전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다"며 성희롱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2심에서 피해자 측이 패소하자 그는 "외국의 성희롱 관련 판례 상 성희롱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느냐 아니냐의 판별은 전적으로 피해자쪽의 관점으로 중시하는 경향"이라며 "재판부가 5~6차례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쪽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자기가 재면 혈압이 높게 나와"…'서울대 성희롱'과 닮아있다


과거 피해자 변호인이었던 박원순은 사건 당사자가 됐다. 박 전 시장의 성희롱과 서울대 신교수 사건은 직장에서 일어났고 '교수와 조교', '시장과 비서'라는 분명한 상하관계 아래 발생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단체에 따르면,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이 시장실에서 샤워를 할 때 속옷을 근처에 가져다 줘야 했고 벗어둔 속옷도 직접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으로 보냈다.

남자 수행원이 있었지만 내실에서 자는 박 전 시장의 낮잠을 깨우는 일도 도맡았다.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비서실 전반에 잘못된 생각이 녹아 있었다는 주장이다.

A씨 측은 "박 전 시장이 '자기(피해자를 지칭)가 재면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라는 성희롱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30년 전 박원순이 '이 사건' 맡는다면?…"의혹 사실이라면 100% 유죄 주장"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법조계에선 과거 박원순 인권변호사가 지금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면 100% 유죄를 주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이 신교수 사건 때 주장했던 상황 구조가 이번 사건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30년전 박원순 변호사가 이번에 변호를 맡았다면 그때와 똑같이 유죄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박 전 시장은 성희롱 범죄에 대한 기본적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라면서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그가 만들어놓은 성희롱 개념의 범주에 정확히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만든 성희롱 개념에 따르면 지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100% 유죄"라고 덧붙였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성희롱은 당사자의 나이나 관계,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상대방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된다"며 "성희롱이 중대하고 철저한 정도에 이르고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까지는 없다"며 성희롱의 범위를 넓게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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