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집무실에 왜 침대와 샤워실이 있는 거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측이 지난 16일 발표한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문'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시장의 집무실에 침실과 샤워실이 있다는 점이었다.


입장문에 따르면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를 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은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 줘야 했다." 또 "시장은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자는데 시장의 낮잠을 깨우는 것은 여성 비서의 일"이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서울시장 집무실에 왜 침대가 있고 샤워실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짜 서울시장 집무실에 침대와 샤워실이 있는 것일까. 다른 시·도 지방자체단체장 집무실은 어떨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1년 첫 취임 때 공개한 집무실 내 내실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24시간 비상근무용" vs "권위주의 상징"지난 18일 머니투데이가 몇몇 시·도 지자체장의 집무실 구조를 파악한 결과 경기도지사의 집무실에는 화장실만 있고 부산시장의 집무실에는 화장실을 포함한 샤워실이 있었다. 광주광역시장의 집무실에는 휴게실 내 작은 침대와 화장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장 및 고위공직자의 집무실 내 침실은 주로 '24시 비상대기'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자연재해 등 국가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단체장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집무실에도 침대와 샤워실이 있는 이유다.


또 고된 업무가 계속될 경우 잠시 눈을 붙이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도 사용된다. 통상 집무실이 비서실과 가깝다는 점에서 단체장 입장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반면 고위공직자의 집무실 내 침실은 그야말로 성폭력을 조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체장이 있을 때 집무실 내 침실을 부하 직원이 감히 들여다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집무실 내 침실은 권위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단체장이 집무실에서 1박을 하면 그 밑으로는 전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를 해야 한다"며 "요즘은 관사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만큼 업무가 밤 늦게 끝나도 집무실에서 숙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공관 역시 서울시청과 가까운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해 있다.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락두절 된 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시장 공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박 시장의 딸은 오후 5시 17분께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7.9/뉴스1

시·도 지자체장만큼이나 업무량이 많은 중앙 정부부처 장관들의 경우 집무실 내에 침실이 있는 경우가 없다. 한 국장급 공직자는 "장관들은 급하면 호텔 사우나 같은데 가서 ��고 나오지 굳이 집무실에서 그렇게 안 한다"고 했다.

집무실 내 침실을 사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의 표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충남아산갑)은 "각종 재해·재난으로 비상근무시 간이침대를 활용하면 된다"면서 "기관장이라고 별도 침실을 설치하는 것은 기득권이나 특권문화 잔존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접견실 등 차 접대문화를 비롯해 불필요한 관행을 개선하고 남성 단체장을 여성 공직자가 수행하는 것 또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추행 장소로 지목된 박 전 시장의 집무실에 딸린 내실(침대 등 포함)은 박 전 시장이 2011년 첫 취임 당시 '온라인 취임식' 생중계를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침실과 샤워실을 보여주며 "밤샘 유혹을 느끼지만 공무원을 생각해 가능하면 활용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엔 '소통하는 시장'이라며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