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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추미애 장관의 지휘권 파동,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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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민 변호사,前대검검찰개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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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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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의 지휘권 수용으로 일단 봉합되긴 했으나 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과연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할 만한 사안이었는지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중대 사태였음에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검찰청법 제8조가 규정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의 독립,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과 검찰의 책임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담보할 것인지 충돌하는 지점이다. "검찰의 독립이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는 장 루이 나달 전 프랑스 검찰총장의 지적이 상징하듯 검찰의 독립은 법치국가에서 수사와 기소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검찰의 독립은 결코 검사에 대한 특권이 될 수 없다. 편파적이고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야만 한다.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 법무부 장관의 감독권이 어느 범위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그러한 감독권이 검찰 독립성과 어떻게 조화돼야 하는지의 문제가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다.

지휘권 행사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선출된 권력에 의해 민주적으로 통제돼야 하고 그 수단이 법무부장관의 지휘권과 인사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단순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 가장 빈번하게 발동됐던 시기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그 불행한 결과를 역사가 증명한다.

검찰청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역대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 때문이었다.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교수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사퇴한 김종빈 검찰총장도 퇴임사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돼서는 안 되는 핵심 가치임을 역설한 바 있다. 2013년 프랑스가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전면 폐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휘권 발동의 배경이 '윤석열 찍어내기'를 위한 정치적 이유가 아닌지 의심받고 있는 이번 사태는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 그 내용도 전문수사자문단의 심의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라는 것이어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수사방법까지 지휘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전면 배제한 지휘가 위법한 것은 아닌지 계속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휘권 파동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선례가 되면 유사한 지휘권 발동이 일상화 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는데도 그는 한 번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총장직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지휘권 발동의 위법성 여부 등에 대해 총장으로서 지휘권 발동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이번 지휘권 사태는 검찰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보여줬다. 곧 있을 검사 인사는 또 한번 검찰이 정치권력 앞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줄 것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하다는 비판이 많지만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정권의 뜻에 거스르는 순간 바로 다음 인사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검찰 독립성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돌려주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검찰 정치도구화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헌법상 독립기구로 최고사법평의회를 신설하고 검사 인사를 담당하도록 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검찰의 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

김종민 변호사
김종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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