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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코로나 속 '21세기 데카메론'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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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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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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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수도권 소재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국립문화예술시설이 오는 22일부터 운영을 재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 시설을 지난 5월29일부터 운영을 제한했으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19일 수도권 공공시설 운영제한 조치를 완화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단, 이번 조정 대상에서 스포츠 경기 관중 입장은 제외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직원들이 재개관 준비를 하고 있다. 2020.7.20/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수도권 소재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 국립문화예술시설이 오는 22일부터 운영을 재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 시설을 지난 5월29일부터 운영을 제한했으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19일 수도권 공공시설 운영제한 조치를 완화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단, 이번 조정 대상에서 스포츠 경기 관중 입장은 제외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직원들이 재개관 준비를 하고 있다. 2020.7.20/뉴스1
”온라인 출석 체크는 했니?“ ”(졸린 목소리로) 이제 할 거에요“ ”수업 듣다가 게임하거나 유튜브 보지 말고.“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학생이 있는 곳이면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대화다.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출근길에 아이들에게 시간 맞춰 전화하는게 일이다. 부모가 집에 있어도 아이를 깨우는 게 고역이라는 호소도 이어진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과 국내 확진자 발생 여파 등으로 4월 온라인 개학이후 학교의 온라인 수업이 4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제한적 등교는 5월부터 시작돼 학생들의 학년에 따라 주 1 ~ 2회나 격주로 가는 정도다.

학교의 사정이 저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궁, 박물관, 도서관, 공연장 등도 비슷했다. 박물관, 도서관, 공연장 등은 거의 문을 닫았고 고궁은 실내시설은 들어가지 못 해도 궁내 출입은 가능했었지만 지난 5월말부터 그나마 아예 문을 닫았다. 잠시 짬을 내 집이나 학교 근처 도서관에 같은 곳에 갈 생각도 접어야 했다. 공연시설의 랜선 공연이나 박물관의 관람 안내가 이어졌지만 호응은 쉽지 않았다.

한동안 문을 닫았다 다시 열었던 도서관 중 몇몇 곳은 열람실과 서가에는 들어가지 못 하더라도 대출과 반납 예약제 등을 썼지만 오래 가지 못 했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을 비롯해 지역 감염, 해외 확진자 유입, 무증상 감염자 우려 등이 커진 탓이다. 문화예술 시설이 상대적으로 카페나 식당보다 더 안전하다는 항변이 이어졌는데도 한동안 반영되지 못 했다.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는데 회사 근처 카페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은 그야말로 모순이었다.

그런 시설들의 문이 7월20일부터 조금씩 열리고 있다. 방문자 자동 확인을 위한 QR코드 설치, 발열 체크, 이용객 마스크 쓰기 등은 필수다.

박물관, 미술관은 전시관 사전예약과 시간대별 관람 제한을 준비했고 도서관은 열람실 거리 두기, 이용자 시간대별 제한 등으로 대비해왔다. 공연장은 좌석 띄우기, 접촉을 최소화하는 화장실 사용 및 입·퇴장 방법들을 꼼꼼하게 준비해 왔다.

하지만 사실 너무 늦었고 아직 안 열린 곳도 많다. 야구, 축구 등 스포츠경기 현장 관람은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스포츠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관중수입 급감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학원 스포츠는 진학이나 스카우트 등이 연계된 만큼 이 고리가 끊어질 수도 있다. 산발적으로 감염원으로 지목되는 생활스포츠 현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느 나라보다 먼저 개막했다고 자부하며 K-방역의 표본이라는 프로야구는 정작 관중 입장에서는 뒤처지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가 진행중인 대만과 일본에선 관중 입장이 허용되고 있다. 일본이 재확산이 골치라고 하지만 경기장이 진원지로 지목된 적은 없다. 그 나라 경기 운영진들은 “한국 경기단체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이 아주 도움이 됐다”고 한다.

보건의료 정책은 당연히 방역과 안전이 우선이어야 한다. 하지만 “감염 위험이 낮은 공공시설 운영 중단으로 오히려 저소득층의 접근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을 고려했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명도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갈 곳을 잃었다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는 여느 해처럼 해외여행은 못 가도 호텔 투숙 여름휴가(호캉스)를 계획한다는데 한강공원 수영장은 열리지 않았고 전국 골프장은 예약이 가득 찼다는데 동네 체육센터 같은 곳에는 정작 가기 어려운 탓이다. 주변 책방 찾기도 어려운데 사지 않고 책을 잠깐 보려면 도서관이 닫혔으니 사람이 북적거리는 대형 서점으로 와야 한다.

학교가 사실상 닫혔고 문화예술 시설이 막혔었다. 경기장에는 아직도 관중이 들어가지 못 한다. 문화예술 시설이 조금씩 열린만큼 다음은 경기장이고 학교다. 코로나19를 단기간에 정복하지 못 한다면 철저한 방역과 안전을 전제로 조금씩 생활을 정상화해야 한다.

중세 말 종교적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으면서 근대문학의 탄생을 알린 작품인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흑사병(페스트)이 창궐하는 피렌체에서 시골로 피신한 남여 10명이 열흘 동안 풀어놓는 100개의 이야기가 얼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인 지금과도 비교된다. 모두가 데카메론같은 명작의 저자가 될 수는 없지만 삶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자신만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극복된다면 물론 더 좋겠지만 말이다.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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