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조작으로 공격드론을 납치하라" …안티드론 기술 현주소는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의 연설 현장에서 어디선가 '쾅' 하고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체는 폭발물을 실은 드론 여러 대였다. 반정부 단체가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8월4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보안군 창설 81주년 기념 행사 연설 도중 겪은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해안의 석유 시설과 유전도 지난해 9월14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 10대에 실린 폭발물에 폭파 당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사건도 예맨 반군의 테러로 간주했다.


드론을 이용한 테러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니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국내 보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원자력 발전소나 공항 등 1급 보안시설에서 드론을 비행 조정하다 적발된 사례가 적지않다.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6월까지 고리원전 인근에서 드론 비행 적발 사례가 14건이나 됐다.

그러나 누구나 드론을 띄우긴 쉬워도 드론을 이용한 테러공격은 아직 속수무책이다.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이른바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은 현행 기술 수준으로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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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드론 와도 탐지·무력화할 보편화된 기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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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발되고 있는 안티 드론 기술은 크게 드론을 잡아내는 탐지기술과 드론 비행과 공격을 방어하는 무력화 기술로 나뉜다. 이 가운데 드론을 안전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보편 기술을 찾는 게 핵심 연구과제로 꼽히고 있다.

드론이 날아 움직이는 방식이 기종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종이 공격해 와도 쓸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공격이 의심되는 미확인 드론을 포착하면 그물망 등을 쏴 포착하는 방법 등이 드론 무력화 방법으로 이용됐다.

최근에는 드론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해 연착륙하는 기술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폭탄이 실려있을지 모르는 드론을 무조건 격추시킬 경우 민간인의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드론에 있는 추락 방지(페일 세이프·Fail-safe) 기능을 우회하는 방안도 연구 대상이다. 추락 방지 기능은 드론에 GPS 신호 방해(재밍·jamming)가 생기면 계속 공중에 떠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는 공항 활주로에 드론이 떠 있는 경우처럼 빨리 드론을 다른 곳으로 치워야 하는 경우에는 유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대 카이스트 교수 /사진=2020 NetSec 영상 캡처

지난 17일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된 '2020 NetSec-KR(제26회 정보통신망 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도 이같은 안티 드론 기술들이 소개됐다. 김용대 카이스트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미확인 드론에 GPS 위성 신호를 조작해 추락 방지 기능을 우회해서 드론을 납치하는 방법이 안정적인 방법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그물망을 쏘거나 레이더로 드론의 무선 통신을 방해하거나 드론을 원격으로 해킹하는 방법, 드론의 뇌에 해당하는 플라이트 컨트롤(flight control)이라는 센서에 소리벽을 만드는 등 방법으로 공진현상을 일으키는 방법 등을 실험했지만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적의 드론이 비행하는 지역 주변의 변전소나 이동통신 기지국 등의 GPS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다른 드론을 적의 드론 가까이 날려 약한 신호로 위성 신호를 교란하면 적의 드론이 목표로 하던 지역과 다른 곳으로 납치해 착륙시킬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안티드론법' 없어 실제 활용에 한계

국회 본회의장 /사진=홍봉진 기자

다만 이처럼 공격형 드론이 등장해도 현재 연구되는 드론을 제거·무력화 기술을 실제 사용하는 것에는 근거 법이 없어 현실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 체계에서는 안티드론 기술이 전파법과 공항시설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현행 전파법에서 전파를 교란할 용도로 GPS나 레이더를 쏘는 등 무선 통신을 방해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공항시설법은 초경량 비행장치에 대해 물건을 던지거나 항행에 위험을 일으킬 행위를 하면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드론을 격추시키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는 셈이다.

20대 국회에서 제정한 드론활용촉진및기반조성법이 지난 5월부터 시행됐지만 드론 산업 육성에만 집중돼 있어 안티 드론에 필요한 법적 지원 내용은 담기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파법과 공항시설법을 개정하는 '안티드론법'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