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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8000억→2000억…'설화수 추락' 코로나 탓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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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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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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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실적 5년간 수직낙하…벼랑 끝에 몰린 '서경배의 K뷰티 신화'

영업익 8000억→2000억…'설화수 추락' 코로나 탓만은 아니다
K-뷰티의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은 최전성기였던 2016년 영업이익 8481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1조, 매출 10조'의 부푼 꿈을 품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인 올해 매출액은 5조원을 밑돌고 영업이익은 2000억원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K-뷰티 국가대표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매출액 예상치는 4조8238억원, 영업이익은 234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13.6%, 45.2% 감소할 전망이다. 매출액은 5년 만에 5조원을 밑돌았고 영업이익은 4년째 역성장세다.

31일 발표된 2분기 실적도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9% 감소했고 매출액은 24.2% 줄었다. 경쟁사 LG생활건강의 2분기 영업이익이 3033억원인 것과 비교할 때 1/9 수준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사드는 핑계일 뿐…문제는 브랜드 경쟁력"=2016년 '영업이익 1조원의 꿈'을 목전에 뒀던 아모레퍼시픽을 덮친 건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었다. 한중 관계가 위축되면서 중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 다 잘 팔리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K-뷰티'라는 이유만으로 잘 나가던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들은 'K-뷰티'의 후광이 사라지자 즉시 피 튀기는 경쟁에 직면했다.

설화수의 신제품 5세대 윤조에센스/사진=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신제품 5세대 윤조에센스/사진=아모레퍼시픽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중국에서 지난 몇 년간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을 비롯해 에스티로더, 존슨앤존슨, P&G 등 이른바 '명품 화장품' 브랜드는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럭셔리 시장을 이들이 장악한 상황에서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의 무서운 성장세가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에서는 '메이드 인 프랑스'로 무장한 글로벌 명품 화장품에, 중저가에서는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K-뷰티가 처한 이같은 위기는 아모레퍼시픽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 따이공(보따리상)을 이용한 저비용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택한 LG생활건강의 '후'와 달리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위기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현지 백화점에 폭넓게 입점하는 전략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정공법'이긴 했지만 높은 비용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중국 화장품 시장의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인 '럭셔리'에서 한방 화장품의 왕좌를 후에게 내주는 굴욕을 겪는다.

대표 브랜드 설화수가 맥 추지 못하는 가운데 중저가 브랜드(라네즈, 이니스프리 등)는 중국 로컬 브랜드의 치열한 경쟁에 사면초가가 됐다. 럭셔리와 더불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고속 성장하는 카테고리인 더마코스메틱(피부과 화장품)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브랜드를 진출시키지조차 못했다.

로레알이 일찍이 인수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비쉬와 라로슈포제는 중국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다급해진 에스티로더는 K-뷰티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무려 2조원에 인수하고 나섰다. 앞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한 LG생활건강은 올해 초 독일 브랜드 피지오겔의 북미·아시아 사업권까지 인수해 더마 코스메틱 전쟁에 대비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라는 더마 콘셉트에 맞는 브랜드를 갖추고도 '더마 전쟁'에 합류하지도 못했다.

아이오페 비타민C 앰플/사진=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비타민C 앰플/사진=아모레퍼시픽
◇방어력 보여준 로레알·LG생건…뼈아픈 실적 부진은 '전략의 실패'=2020년 코로나19(COVID-19) 창궐로 전 세계 화장품 업계가 위기를 맞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그 와중에도 유난히 부진했다. 세계 1위 로레알도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2%, 18% 줄었지만 아시아태평양에서는 매출액 감소폭이 -4.4%에 그쳤다. 로레알차이나는 전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성과를 보였고 로레알 더마코스메틱 부문은 오히려 6%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도 상반기 매출이 0.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려 2.1% 늘었다. LG생건은 면세점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이 '코로나 불황'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로레알과 LG생건은 모두 M&A(인수합병)을 통한 외생적 성장으로 시장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를 사들이며 글로벌 기업이 됐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부진에는 코로나19 여파도 있겠지만 브랜드의 경쟁력 약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랫동안 스스로 육성한 자체 브랜드(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라네즈 등) 전략을 고수했지만 글로벌 코스메틱 업계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설화수가 1조원대 메가 브랜드로 버티고 있지만 글로벌 코스메틱 전쟁에서 승리하기에는 설화수 브랜드 하나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 설화수에 한정된 라인업과 브랜드력 저하, 중저가 브랜드의 위상 약화를 극복해야 한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국내 '후'와도 이제 어깨를 나란히 겨루기가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브랜드 업체 대비 럭셔리 라인업이 특정 브랜드에 한정돼 있어 불안하다"며 "브랜드의 라인업 확충인 인큐베이팅(브랜드 육성)은 물론 적극적인 M&A를 포괄해야 할 것이며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시장의 격변기에 아모레퍼시픽은 전략적 선택에 따라 중장기 방향성이 크게 바뀔 수 있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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