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 세입자도 패닉…"내가 집주인이라도 재계약 안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아파트 전월세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불안하기는 집주인도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놓고 집주인들은 어떻게 하면 손해를 최소화할지 셈법 계산에 분주한 반면, 세입자들은 '강퇴' 당하지 않기 위한 대책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31일 각종 부동산 카페와 커뮤니티, 각종 SNS 등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도, 집이 있는 사람에게도 정책 불확실성이 주는 걱정과 우려는 크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집주인과 세입자는 아직 크게 부딪히는 양상은 아니다. 오히려 저마다 사연을 올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많다.

한 포털사이트 부동산 카페에는 아이들 학교때문에 강남에 거주하고 있다는 세입자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씨는 "현재 1가구 1주택으로 원래 집은 전세를 주고 아이 학군때문에 강남에서 반전세로 거주하고 있다"면서 "이곳에 계속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글을 올렸다. 아직 집주인에겐 연락이 없지만 임대차법이 복잡해서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다.

또 다른 세입자는 한 커뮤니티에 "착한 집주인도 착한 세입자도 불안해졌다"는 글을 올렸다.

누리꾼 B씨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집주인에게 전세 연장을 하고 싶다 전화했고 착한 집주인이 3000만원만 올리겠다고 해 '고맙다'면서 재계약을 약속받았다"고 했다. 이어 "당장 임대차 3법이 전날 통과돼 오늘부터 시행됐다. 전세가 3억인데 2억에 해준 집주인은 졸지에 '5%'를 안지킨,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런데 내 마음이 불안했다. 3000만원 정도는 낼 수 있는데, 충분히 저렴해서 고마운데, (5%를 지키지 않으면) 불법이란다. 당장 돈은 절약됐지만 2년 후가 불안해졌다. 집주인이 나랑 재계약을 안할 것 같다. 내가 집주인이라도 안할거다. 2년 뒤엔 얼마나 더 비싼 전셋집에서 살아야 하냐"고 토로했다.

마포구에 거주한다는 집주인 C씨는 "처음 얘기 나올때는 세입자가 바뀔때도 5%상한이 적용되는 것처럼 알려졌는데, 이제는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때는 상승폭에 제한이 없는 것처럼 되더라"면서 "뉴스조차 얘기가 다 다른데 이렇게 정리가 안 된 정책을 본회의 통과 바로 다음날에 시행시키면 어쩌자는 얘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금 보면 정부는 쏙빠져있고 결국 집주인과 세입자가 싸우는 모양새가 됐다"면서 "갱신청구하는 세입자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법이 바뀌었는데 누가 시세만큼 올리고 살겠냐. 한마디로 서민들끼리 싸우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거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임대차 관련 분쟁'이 크게 늘어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대차 3법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지면서, 말로 하던 것을 이제는 소송으로 해결하는 일이 잦아질 거라는 분석이다.

한 누리꾼은 "이제 세입자 퇴거용 흥신소까지 생긴다고 한다.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엔 기여한 듯 하다"고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