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대화 안봤다"는 중앙지검, 이번엔 한동훈 참여권 박탈 논란

한동훈 반부패 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메신저를 들여다봤다는 '불법 감청' 논란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은 "과거 대화 자료에 한정해 압수 수색을 집행했을 뿐, 실시간으로 오가는 대화를 들여다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 측의 참관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고 단독으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이 실시간으로 대화를 들여다보는 것을 저지할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메시지 분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감청 의도'를 갖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법원은 2011년 디지털 전자정보 압수수색과 관련해 정보 소유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해당 압수수색 전체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위법 논란에도 압수수색 강행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지난달 29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한 검사장이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는 순간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가 제지에 나서면서 폭행 소동이 빚어졌다.

한 검사장과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변호인은 변호인 참여권이 배제되고 '독직폭행'에 의한 위법한 압수수색이므로 압수수색 과정에 응할 이유가 없다며 퇴장했다. 이에 따라 유심으로 카카오톡에 실시간으로 접속하는 압수수색은 수사팀 단독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은 한 검사장 측에 유심 압수수색 현장에서 자료 추출과 검증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고 한다. 디지털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압수물 확보에서 포렌식을 통한 자료 추출, 그리고 자료가 범죄 혐의에 해당하는 지 검증하는 과정까지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한 검사장 측이 압수수색 현장을 떠난 후 이뤄진 유심을 활용한 카카오톡 메시지 추출과 자료 검증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셈이다.


수사팀은 압수한 유심을 다른 휴대전화 공기계에 꽂은 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에 신규로 접속해 메시지나 통화 내역을 확인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사실상 감청이 될 수 있는 압수수색 방식임에도 한 검사장 측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이 됐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 현장에서 즉시 자료를 추출해 이미징화하는 작업은 하는 경우가 많지만 검증 작업은 추후에 별도의 절차를 밟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피압수자 측의 참여 보장이 특별히 중요한 디지털 증거 수집에 피압수자 참여 의사를 무시하고 진행했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검언유착' 의혹으로 압수수색 중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물리적 충돌한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병원 진료를 마치고 하루 만에 퇴원했다. 정 부장은 30일 새벽 서울성모병원에서 퇴원해 귀가했다. 건강에 큰 문제는 없으며 당분간 통원 치료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장은 29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있는 한 검사장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하려다가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뒤 팔·다리 통증과 전신근육통을 호소했다. 사진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조용한 모습. 2020.7.31/뉴스1

참여권 보장 엄격한 디지털 증거 수집
검찰 내규에서도 디지털 증거 수집에서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해 피압수자 등의 참여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대검 예규 15조 3항은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과정에서 "해당 사건 주임검사 주도 하에 피압수자 등을 참여시킨 상태에서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압수·수색한 디지털 증거에 대하여 해시값(Hash Value)을 생성한 후, 다음 각 호의 내용이 포함된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압수자 등의 확인·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4항에선 "정보저장매체 제출 및 이미징 참관여부 확인서를 작성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 검사장 측은 이같은 확인서를 교부받거나 참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기재해 제출한 바가 없다. 디지털 증거의 선별 과정에서도 "피압수자 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의무 조항으로 명시했다.(대검 예규 19조 3항)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 과정에의 참여권 보장과 그 밖에 수반되는 절차와 관련해 법령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구체적인 압수수색영장 집행 경과와 내용 등에 대해 확인해 주긴 어렵다"면서 "다만 영장 집행 과정은 모두 촬영 후 보존해 감찰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고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피압수자 등이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신뢰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정보를 선별해 압수해야 한다고 규정한 대검 예규 19조 4항을 따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검사장 측은 압수수색 절차 시작부터 위법하게 이뤄졌으며 위법한 압수절차에 따라 압수수색 현장에서 자료 검증을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사도 명확히 밝혔다는 입장이다.

한 검사장 법률대리인인 김종필 변호사(법무법인 한)는 "압수수색 집행에 대한 변호인 고지부터 무시한 채 시작된 데다 정진웅 부장검사의 일방적 폭행이 수반된 위법한 압수수색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유심칩을 넘겼던 것은 향후 제기되는 위법성에 수사팀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에서였다"고 설명했다.

IT 분야 전문성이 높은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압수-감청-압수' 세단계로 이뤄진 셈인데 수사팀은 1단계와 3단계만 얘기하는 것"이라며 "피압수자의 참여 없이 '패킷 감청'을 압수수색으로 진행했다는 것은 '감청 의도'를 갖고 이같은 압수수색 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피압수자 참여 배제한 카톡 접속 압수수색…'불법 감청' 성격 띠어
법조계에선 수사기관이 디지털 자료를 압수해 확보할 때 피압수인의 참여가 명시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중요함에도 서울중앙지검이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한 수사를 강행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감청에 가까운 방식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피압수자 측의 참여를 배제한 것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피의자의 사생활을 제한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무소불위의 무기를 갖게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법원은 이미 2011년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인 측의 참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복제본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에서 복제·탐색·출력하기 위해서는 피압수자나 그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 이외에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인의 참관 혹은 참관 거부 등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도록 내규 등을 개정해 피의자 인권침해와 수사 기관의 과도한 개인 사생활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왔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은 창 하나에 과거와 실시간 대화가 같이 나온다"며 "실시간 대화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이같은 방식의 영장을 발부하거나 수사팀이 피압수자의 참관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한다는 것은 휴대전화를 통한 사생활 보호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가 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의 박민식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사건과 관련없이 내 친구와, 가족과 나눈 시시콜콜한 대화나 주고받은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본다면 불법"이라며 "특히 디지털 증거에 관해서는 수사기관과 휴대전화 주인측이 공동으로 메시지를 열어볼건지 말건지를 협의해야하는게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