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한 척 고용지원금만 '꿀꺽'...깐깐 심사보다 신속 지원 '뒤탈'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무급휴직자에게 1인당 최대 150만원씩 지급하는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 지원금 신청 접수를 지난 15일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무급휴직자의 생계 지원을 위한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은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고용안정 특별대책에 포함된 것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무급휴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3개월 동안 지급한다. 1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임시휴업상가에 대출 전단 및 고지서 등이 놓여져 있다. 2020.6.16/뉴스1

#1. 스포츠시설을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매출이 급감해 시설 문을 잠시 닫았지만 직원을 그대로 두고 있다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통상임금의 10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했다고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이 통장에 입금되자 A씨는 돌변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휴업수당을 도로 뱉으라고 요구했다.


#2. 건축자재 도매회사 대표인 B씨도 A씨처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B씨 회사는 휴업을 하지 않고 직원도 정상 출근하고 있었다. B씨는 지원 대상이 아니었지만 마치 휴업을 한 것처럼 조작 서류를 제출해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다.
깐깐 심사 대신 신속 지원…배탈 난 속도전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지원금을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쏟아붓고 있다. 깐깐한 심사 대신 신속 지급에 초점을 맞춰 기업, 노동자가 받는 영업·소득 타격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 틈을 타 지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 노동자가 돈을 타 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속도전이 낳은 '헬리콥터 머니'의 구멍이다.

4일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사업장은 전날 기준 7만6886개다. 지난해 연간 신청 사업장 1414개보다 54배 많은 규모다. 올해 예산은 2조163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배 많다.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당초 351억원에서 수차례 증액을 통해 2조원대까지 불렸다.

사업주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으나 직원을 내보내지 않고 휴업수당을 지급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다. 중소기업엔 오는 9월까지 휴업수당 대비 90%를 지원한다.

고용부는 코로나19가 터지자 더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문턱을 낮췄다. 그러자 경영악화 기업을 일단 지원부터 하자는 분위기를 악용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부정수급한 기업도 생겼다. 부정수급 규모가 커질수록 정작 지원이 필요한 기업과 노동자가 도움 받을 길도 줄 수 밖에 없다.
소득·매출 줄여 고용안정지원금 150만원 수령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에게 1인당 150만원을 지급하는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 현장 접수 첫날인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하고 있다. 2020.6.22/뉴스1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직원을 출근시켜 일을 시키고도 휴업·휴직한 것처럼 지원금을 신청하는 경우 △실제 직원이 아닌 사람을 고용 유지 대상자로 신고하고 지원금을 받은 경우 △직원에 휴업·휴직수당을 준 것처럼 꾸며 지원금을 수령한 뒤 수당을 되돌려받는 경우 등이다.


특수고용직노동자(특고), 프리랜서, 무급휴직자 등에 15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소득, 매출이 발생했으나 관련 서류를 제대로 내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포장한 경우가 대다수다.

부정수급은 아니지만 단기간 내 취업과 실업을 번갈아 하면서 구직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구직급여를 3회 이상 타간 실업자는 최근 3년 동안 연간 3만명을 넘는다. 올해 상반기엔 2만4884명으로 집계됐다.

고용부도 부정수급, 반복수급에 대해 공감하고 대책을 구상 중이다. 부정수급은 최대 5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이달 말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9~10월엔 부정수급 자진 신고기간을 둘 예정이다. 구직급여 반복수급 문제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도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