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잠실5·은마 "수지분석 해보겠다"

기부채납을 늘리는 대신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 대한 주요 재건축 조합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노후도가 심각해 주거환경이 너무 열악한 단지들은 사업기간이 단축된다면 수지분석을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조합원 모두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어서 총회를 통한 표결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이른바 '8·4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신규택지 발굴, 3기신도시 등 용적률 상향 및 기존사업 고밀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규제완화 등을 통한 도심공급 확대, 기존 공공물량 분양 사전청약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중 업계의 관심이 가장 높은 것은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도입해 공급물량 5만호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LH·SH 등 공공이 참여(소유자의 2/3동의)해 도시규제완화를 통해 주택을 기존 세대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며 개발이익은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사업 방식이다.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는 최대 50층까지 허용한다. 서울시와 자치구, 조합 등이 참여하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사업 지원 티에프'를 운영해 사업기간을 단축시킨다는 전략이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증가하는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은 장기공공임대(50% 이상) 및 무주택,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50% 이하)으로 활용한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업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시범단지 등이다. 이들 단지는 1970년도에 지어져 준공 40년을 훌쩍 넘었음에도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곳들이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업에 대한 재건축 조합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노후도가 심각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잠실주공5단지전경 / 사진=이재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기부채납 비율이 50~70%로 나왔던데, 50%라면 조합원들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감수하려 할 지 모르겠다"면서 "이미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으로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70%를 기부채납으로 내놓으라고 하면 조합원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적률 완화에 따른 기부채납 비율이 증가분의 50%라면 고려해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조합장은 "일단 공공재건축 했을때와 민간사업 했을때의 수지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며 "수지분석 결과 조금이라도 공공재건축이 낫겟다 싶으면 주민 총회에서 표결에 붙여 빠르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부담금이 많이 늘어난다면 주민들이 반대하겠지만 단지가 벌써 41년차를 맞는 만큼 기부채납 비율이 적정선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이 조합장의 얘기다.

여의도시범아파트 조합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다음 방향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단지 조합 관계자는 "현재 발표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숙지가 안돼 있어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공급대책에 담길 것으로 예상됐던 현금 기부채납 방식은 결국 빠졌다. 그러나 재건축 조합들은 현금 방식의 기부채납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 조합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 강남의 로또 분양을 없애고 시세대로 분양하도록 한 후, 분양 수익의 50%를 현금으로 기부채납 받아 강북 아파트 공급에 지원하는 방안이 정부 입장에서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