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무증상 감염' 왜 일어나나…이유 찾았다

코로나19(COVID-19)가 혈관 염증을 유발하고,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가하면 면역억제 반응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목과 폐 등에서 증식하며, 감염 7일 이후 활동성 있는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팀이 밝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이 개발한 ‘영장류 감염 모델’을 통해 그동안 진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 연구 성과를 5일 발표했다.


영장류 감염모델은 치료제·백신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감염시켜 인체감염과 비슷한 임상 증상을 나타내게 한 실험동물을 말한다. 침팬지, 고릴라, 원숭이 등의 영장류는 인간과 수용체 염기서열(유전정보)이 비슷해 감염모델로 주로 쓰인다.


생명연은 지난 2월 코로나19 영장류 감염모델 개발에 착수해 중국, 네덜란드, 미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본 특성과 치료제·백신 효능 검증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날 발표된 연구내용에 따르면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혈관의 염증을 유발하고 감염 3일 이후에도 혈관에 염증이 유지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홍정주 생명연 국가영장류센터 박사는 “모든 실험동물에서 간질성 폐렴이 발생했고 죽음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증상까지는 아니지만, 경증을 넘어서는 중증 소견을 보였다”면서 “특히 혈관염으로 진행되는 혈관내피염 소견이 모두 실험동물에서 관찰됐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감염 시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 즉, 감염 후 2일간 면역결핍환자에게 나타나는 면역억제 현상을 보였다. 이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코로나19 감염이 치명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 홍 박사는 “바이러스가 제일 활발하게 증식하는 급성기간에 면역세포가 전반적으로 사라지는 림프구 감소증이 혈액에서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이러스를 투여 후 2일간 목과 폐 등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식했고 이후 급격히 감소해 감염 7일 이후에는 감염 활동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는 현상도 확인했다. 홍 박사는 “이는 코로나19 분자진단법(PCR)를 통해서는 양성으로 진단되지만, 실제 감염증상은 나타나지 않는 위양성 진단 문제를 설명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감염병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감염병학회지’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홍 박사는 “현재 구축한 영장류 모델로 코로나19 재감염이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와 같이 면역이 결핍되는 신체 변화 등의 연구를 추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영장류 모델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후보 물질의 효능을 검증하고 그 결과가 신속하게 임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산·학·연·병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