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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잡아끈 행위에 이미 성적동기 내포"…대법,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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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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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가자며 잡았지만 성적수치심 부위 아니라는 원심 파기 "신체부위 아닌 고의가 중요"…법조계 "매우 적절하고 타당"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가해자에게 성적인 동기가 있었다면, 피해자의 어느 신체부위를 만졌는지와 상관없이 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법원은 성범죄에 연이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접촉한 신체부위 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추행 의사와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조계 "단순 신체부위 아닌 언행 종합적 고려해야…당연한 판결"

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박씨는 2017년 7월 회사 회식을 마친 후 같은 회사 직원인 A씨에게 모텔에 가자고 했으나 A씨가 거절하자 강제로 손목을 잡아 끈 혐의로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손목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해자가 박씨의 행위에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했거나 곤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박씨가 모텔에 가자고 하면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끈 행위에는 이미 성적인 동기가 내포되어 있어 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박씨가 접촉한 피해자의 특정 신체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성적 내적동기가 표현이 되서 발현되는 이상 손목을 잡아 끄는 것도 강제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상당히 잘 된 판결"이라며 "명시적인 폭행, 협박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의 범위는 상당히 넓을 수 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금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수진 평화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와 언행은 종합적으로 결합해서 해석해야 한다"며 "모텔에 가자는 말을 하면서 손목을 잡은 점에 비춰볼때 손목도 당연히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부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추행 규정의 문언의 취지에 맞춰 제대로 해석됐다고 생각한다"며 "가해자의 언행도 성폭력을 인정하는 기본적 판단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를 모텔로 끌고 가기 위한 행위라면 접촉한 부위가 어디냐와 관계없이 강제추행이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매우 적절하고 타당하다"며 "단순히 접촉부위가 아닌 어떤 상황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부적절한 장소로 가자고 하면서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억압했다면, 손목이 아니라 가방을 잡았어도 성추행으로 봐야한다"며 "신체가 아니라 피해자가 걸치고 있는 것을 이용해 부적절한 장소로 끌어당겼다면 그것 역시 성추행의 영역으로 포섭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특정 신체부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동기나 고의, 즉 추행의 의사나 고의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판시"라고 설명했다.

◇대법, 업무상 위력 추행 무죄도 파기…엄정 대응 기조

최근 대법원은 성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40)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의 한 회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고씨는 평소 신입사원 A씨에게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성적인 농담을 일삼았다. 고씨는 2016년 10월부터 11월까지 A씨에게 성행위를 암시하는 손동작을 하고, A씨에게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며 손으로 A씨의 머리카락을 비비거나 뒤쪽에서 손가락으로 A씨의 어깨를 두드리고 A씨가 돌아보면 혀로 입술을 핥거나 "앙,앙" 소리를 내는 등의 방법으로 A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고씨가 업무상 A씨의 상급자라 하더라도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A씨를 추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고씨의 계속된 성희롱적 언동을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해 오던 A씨에게 고씨가 머리카락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20대 미혼 여성인 A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며 "나아가 고씨와 A씨 관계, 추행행위의 행태나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춰보면, 고씨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면서 2심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언급해 다시 관심을 모았다.

고소인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이 판례를 사례로 들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위력에 의한 추행 피해를 입은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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