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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배려석, 영화관엔 있지만 '법원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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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성 기자
  • 이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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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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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법정은 없다 : '접근가능한 사법'을 위해]②

[편집자주]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피고소인 중에 장애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니 장애인이 '사법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고소·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기까지, 지난한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충분한 사법지원을 받고 있을까. 특히 법원은 재판에 참여하는 장애인의 권리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을까. 대한민국 사법부의 장애인 지원 현실을 짚어봤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리적 접근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지정된 기일에 맞춰 재판에 참석하도록 하려면, 법정 안팎으로 동선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안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법령은 명확히 마련돼있지 않다. 다만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제3조와 제4조 등을 준용하도록 했는데, "가능하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만 규정했다.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휠체어 경사로 없는 법정, 도착까지 '구만리'


법원행정처 소속 제1·2기 장애인사법지원연구반이 발간한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개정판)'에 따르면 보행장애가 심하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계단 없이 접근 가능한 1층 법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법정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가능하도록 하거나,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경사로가 있어야 한다. 혼자 보행이 가능한 경증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도 넓은 폭의 계단이 필요하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설치는 물론 단속도 철저히 해야 한다. 일례로 장애인 A씨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주차장을 찾았지만 일반차량이 차지하고 있어 결국 주변을 배회하다 재판에 늦었다.

중증 지체·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법정 내 좌석에 장시간 앉아있는 것이 신체적인 무리가 될 수 있어 적절한 휴식시간이 제공돼야 한다. 또 법정 내에서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시야를 확보해줘야 한다. 좌석을 정비하고, 판사의 법대 높이를 낮추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재판이 길어질 경우,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화장실이 최대한 법정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당사자가 재판 참석을 포기하거나 주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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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같은' 법원…"장애인 이동권 보장돼야"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 법원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발 딛기 조차 힘든 곳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법원 내부 구조가 복잡해 비장애인들도 초행길일 경우 헤매기 일쑤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변호사인 김재왕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시각장애인이 법원에 갈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은 '누구랑 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습된 길은 전혀 안 보이는 장애인도 지팡이 짚고 혼자 갈 수 있지만, 법원은 (출석)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다 자주 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법원까지 가더라도 들어갈 때 검색대를 거쳐야하고, 법정 내 방청석 등 어디가 비어있는지 파악하려면 결국 동행인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 내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같이 갈 사람이 없어 법원에 요청할 경우, 적어도 법원 안에서의 이동은 지원돼야 한다"며 "또 (재판 일정을 안내하는) 전광판에서 현재 어떤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지 전자음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지체장애인 역시 법정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261만8000여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약 122만3000명이 지체장애인이다. 그 수가 많은 만큼 사법지원이 필요성이 높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례로 판사 앞에 마련된 증언대는 고정돼 있어 지체장애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 직접 증언을 하거나 심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옮길 수 있거나 높낮이가 조절되는 증언대로 바꿔야 한다.

이문희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대외전략본부장은 "증언대에서는 냉철하게 발언을 해야 하는데 자리부턱 적합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라며 "물리적 한계가 심리적 불안정까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이 도와주면 되지'라는 관점이 아니라 휠체어 탄 장애인이 혼자 재판정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가장 빠르고 안전한 동선을 확보해 물리적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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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애인법 따라 법원 내 접근성 보장


미국은 '법원 접근성'을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1990년 제정된 장애인법(ADA)을 근거로 '법원 내 장애인 접근성 보장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다.

이후 2010년 개정된 '접근 가능한 설계에 대한 ADA 표준'에는 미국 법원 내 판사석, 서기석, 집행관석 등 모든 공간에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바닥은 단단하고 미끄럽지 않아야 하며, 카페트를 깔 경우 쿠션이 없거나 단단한 재질로 써야 한다. 또 경사로나 승강기가 있다면 휠체어가 장애물 없이 회전할 수 있도록 직경 1.5m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휠체어 탄 사람의 발가락과 무릎을 위한 공간까지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2015년에는 뉴욕의 비영리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뉴욕 시내 법원 몇 곳을 둘러보며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법정까지 이어지는 승강기가 부족한 점, 화장실 문이 무거운 점, 휠체어 안내표지판에 눈에 띄지 않는 점 등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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