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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마케팅에 열올리는 사람들[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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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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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2015년 11월 플라톤아카데미 강연에서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 삼성은 이같은 진보 진영의 요구와 경제민주화의 바람에 따라 지배구조의 단순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진행했다./사진제공=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 강연 동영상 화면 캡쳐.
2015년 11월 플라톤아카데미 강연에서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 삼성은 이같은 진보 진영의 요구와 경제민주화의 바람에 따라 지배구조의 단순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진행했다./사진제공=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 강연 동영상 화면 캡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할지를 빠르면 이번주에 결정한다. 이를 앞두고 소위 ‘삼성 저격수’들의 공세가 치열하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다 잘 안 되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실을 감추고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는데도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를 머뭇거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게 ‘삼성 저격수’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일부 저격수는 ‘삼성의 최고경영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 부회장 기소를 막기 위해 ‘전문경영인의 부족함’을 자인하는 자기부정을 한다는 주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삼성마케팅에 성공한 셈이다.

삼성을 소재로 한 삼성마케팅은 학자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나 법조계, 언론계에도 만연해 있다. 기자 스스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마케팅을 할 때는 있는 사실대로 정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이들의 주장처럼 마케팅 재료인 합병이 경영승계 목적이었느냐부터 따져보자. ‘경영권’이라는 게 법률적 실체가 있는 것이냐는 문제와 별개로 이 부회장에게 지분상 삼성 경영권이 넘어갔다는 주장은 20년 전에도 있었다.

 이 부회장과 삼성을 비판하던 측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의 CB(전환사채) 발행을 경영승계 목적이라며 2000년 소송을 걸었고 이 CB를 저가에 발행해 경영권을 이 부회장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삼성생명이고 그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에버랜드,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이 부회장이라는 논리였다.

 그 논리가 맞다면 경영권이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6년 이 부회장에게 넘어갔는데, 더 넘길 게 또 있어서 박 전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했겠느냐는 거다. 그때든 지금이든 어느 한쪽은 틀렸는데 마케팅 스토리는 똑같다.

 삼성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이유는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정부와 진보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요구가 먼저였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진보단체는 대주주가 소수지분을 갖고 기업 전체를 경영하는 순환출자 구조는 끊어야 할 사회악이라고 규정했고 거기에 맞춰 삼성은 계열사를 팔거나 지분을 정리하고 합병 등에 이르렀다. 그들이 요구했으니 그들도 합병의 강요공범인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2016년 초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수십 개 순환출자 고리가 이제 크게 7개 정도로 정리됐는데 조금만 더 정리하면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며 나름 자랑스러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시 장하성 교수나 김상조 교수 등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이다.

 두 번째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부정한 합병비율로 합병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을 압박했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합병비율은 삼성이 정하는 것도, 국민연금이 정하는 것도 아니라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시장가격으로 어떻게 산정하라고 정해져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산비율에 따라 합병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부당한 합병비율이라고 칼럼 등을 통해 주장하는 경제·경영학 교수들이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념적 지향을 위해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약 40년 동안 세계 시장에서 1등 제품을 만드는 데 노력한 삼성 최고경영자들이 ‘오너 경영자’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을 ‘총수 구하기’로 폄훼하는 경영학과 교수에게 기업에서 ‘대리인 비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고 싶다.

 주주를 대신해 경영자가 대리로 관리할 때 드는 비용을 말하는 ‘대리인 비용’에 대해서는 눈 감은 채 삼성과 이재용만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그런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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