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하면 中에…'배터리 왕좌' 뺏긴다

중국 CATL 본사 전경/사진=로이터

"아직 실력은 충분치 않지만 앞으로 CATL이 가장 큰 경쟁자가 될 것으로 봅니다. 2021년쯤 되면 CATL도 상당히 올라올 겁니다."

2018년 5월 한 포럼에서 김명환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최고구매책임자(CPO) 겸 배터리 연구소장(사장)이 했던 말이다. 2년이 지난 지금 김 사장의 예견은 사실이 됐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은 올 상반기 배터리 탑재량 점유율 기준으로 전세계 배터리 1위 업체 LG화학 (373,500원 ▼8,000 -2.10%)을 1.1%포인트 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다임러와의 R&D 협업 꿰 찬 CATL, 유럽 시장 공략 '가속화'배터리 업계는 지난주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가 CATL과 연구개발(R&D)까지 아우르는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발표에 주목했다. 외신은 이번 발표를 바탕으로 2021년 출시될 메르세데스의 럭셔리 전기차 세단 'EQS'에 CATL의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다임러가 CATL뿐 아니라 LG화학, SK이노베이션, 중국 패러시스 등과도 공급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CATL을 찍어 협업관계 강화를 밝힌 것을 두고 다른 경쟁사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는 경고로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CATL이 그동안 몸집을 불려왔던 중국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최근 유럽 등 중국 외 시장으로 시선을 넓히는 와중에 이런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가 체감하는 압박감이 크다. CATL은 독일 튀링겐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2026년 100GWh(기가와트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유럽 명차 브랜드의 럭셔리 전기차에 중국 배터리가 탑재된다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미치는 상징적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다임러와의 동맹 강화는 예고편? 테슬라 '배터리데이'에 쏠린 관심

쩡위친 CATL 회장/사진=로이터

업계가 CATL을 경계하는 또 다른 배경은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의 정책 변화 조짐이다. 기존 테슬라 배터리 납품업체는 파나소닉, LG화학이었지만 지난 7월부터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모델3'에 CATL도 납품하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다음달 22일 개최하는 '배터리데이'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함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내놓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CATL과 협업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ATL이 주력 생산하는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한국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낮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전기차 심장 배터리 가격 비중은 전체 원가에서 30~40%를 차지해 가장 크다.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에서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도 원가 경쟁력이다.

전기차 전문매체 'EV세일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세계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28%(판매량 17만9050대)로 압도적인 1위다. 2, 3위인 르노닛산(10%), 폭스바겐그룹(10%)과의 점유율 차이가 크다.

테슬라가 배터리 업체 가운데 어느 곳을 밀어주느냐에 따라 향후 배터리 시장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기차 37만대를 판매한 데 이어 내년에는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CATL이 품질에서도 신뢰를 얻기 시작하면 가격 경쟁력을 발판으로 수주를 확대하려는 자동차업체가 생길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고민하면서도 신뢰도가 더 높은 제품 혹은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