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여부 더 늦어질수도…검찰 인사 변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검찰이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이달 중 결론낼 예정이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처분 시기와 결론을 놓고 고민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지휘 라인과 수사팀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기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검찰 인사에서 수사 지휘 라인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수사팀은 교체가 유력해 차·부장검사 인사 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떠나버린 수사 총 지휘자…실무 책임자도 곧 떠날 듯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달 내 이 부회장 사건 마무리를 목표로 수사 내용을 정리 중이다. 삼성 수사를 총괄 지휘해 온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급으로 승진했다.

수사 실무를 책임졌던 이복현 부장검사도 이달 내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전보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는 이미 삼성 사건을 이유로 1월 인사에서 유임된 바 있다.

통상 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해 수사팀이 교체되기 전 수사를 마무리짓고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따르면 이달 말 예상되는 중간 간부 인사가 나기 전 수사팀이 삼성 사건 수사를 마무리 짓고, 최종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소유예 방침 확정?…"이재용 최종 결론 더 늦어질 수도"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사실상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유예' 방침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신빙성있게 나온다. 이 부회장을 기소할 생각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이 부회장과 같은 중대 사건의 주요 피의자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기소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라며 "영장이 발부될 경우 무조건 20일 이내에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6월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같은 변화에는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결론이 주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에 이어 시민 위원들마저 검찰 수사에 등을 돌리면서 기소 강행에 부담이 따랐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검찰이 이 사건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는 일부 임원들에 대한 기소는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임원들을 기소 처리하고, 이 부회장에 대해선 불기소 대신 기소유예를 택하는 방법으로 타협점을 찾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수사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주장하고 있어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윗선의 의견과 수사팀의 의견이 대립해 갈등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예 중간 간부 인사 이후로 결과 발표 시기를 미뤄 수사팀 핵심 멤버가 교체된 후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년8개월'간의 삼성 흔들기로 남은 수사…누가 책임지나이 지검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소를 주장하는 수사팀의 입장이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원래 이 지검장은 수사팀 뜻 존중해서 한다는 게 기본 태도였다"며 "(수사팀 의견을 존중한다는 건) 원론적 차원에서의 얘기로,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1년8개월간 달려온 삼성 수사는 사실상 이 부회장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불법 승계를 위해 분식 회계 등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이 사건 핵심이기 때문이다.

수사팀이 이 부회장을 최종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한다면 1년8개월이나 끌어온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간 삼성 관계자가 100여 차례 소환됐고 50여 차례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불법 승계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수사를 무려 1년8개월 동안이나 수사가 진행됐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등이 이뤄졌는데,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하지 못한다는 건 그간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결론을 내놓는 셈"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검찰은 보통 수사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데 낭비된 자원이나 수사로 인해 흔들린 기업 안정성 등을 생각하면 충분히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