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류업체 파산에 韓 OEM 업체 피해 잇따라… 글로벌 소송전까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매출 감소로 미국 의류기업들이 파산보호 신청(챕터11·미국 파산법 제11조)에 나서면서 국내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중견 OEM 전문업체 A사는 피해기업들과 연합해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싱 전문기업 리앤풍(LI&Fung)그룹을 상대로 100만 달러(약 11억8700만원) 규모의 채권 회수 소송을 준비 중이다.


리앤풍그룹은 글로벌 기업 브랜드의 주문을 받아 디자인, 원자재 조달, 제조 관리, 운송, 통관 등 공급사슬관리(SCM)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의 생산 주문을 받아 한국 OEM 업체들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A사는 2010년부터 리앤풍그룹과 계약을 맺고 미국 의류브랜드 NY&Co의 여성복 OEM 생산을 맡았다. 그리고 계약 당시 리앤풍그룹의 관계사 리앤풍 크레딧과 물품 대금 100%를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매출액의 평균 3%를 보험료(TCS, Trading Credit Service) 성격으로 지급했다.

이 계약은 A사가 OEM 의류를 선적한 후 60일 이내에 리앤풍 크레딧이 물품 대금의 100%를 보전해준다는 내용이다. A사가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지급한 보험료 총액은 153만 달러(약 18억158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NY&Co가 챕터11을 신청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지에서는 미국 로드앤테일러, 니만마커스, JC페니 등 백화점이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의류 업체들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올해 1~3월 선적분에 대해 리앤풍 크레딧에게 대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대금 지급을 연기했다가 85%만 지급하고, 4월 이후 선적분에 대해서는 물품 대금의 85%만 보장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A사는 4월 22일 선적부터 수수료는 그대로 내고 물품 대금의 85%만 보장받겠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도 수정했다고 밝혔다. 리앤풍의 주문을 계속 받기 위해선 계약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A사는 그동안 안정적인 대금 회수를 위해 리앤풍 크레딧에 가입해 150만 달러가 넘는 보험료를 부담해온 만큼 받지 못한 나머지 15%에 대한 대금에 대해서는 지급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A사는 다른 의류 OEM업체인 B사와 연합해 이번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B사는 물품 대금을 10%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B사와 우리의 피해액만 100만 달러(약 11억8700만 원)가 넘는다"며 "형식적으로만 윤리경영을 내세우는 글로벌 기업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1906년 설립된 리앤풍 그룹은 콜스, 막스앤스펜서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둔 글로벌 소싱 전문기업으로,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돼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14억1300만 달러(약 13조52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