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절반 가까이 '일반 분양'…4000가구 공급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민우 기자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정부가 4일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8·4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노원구는 대상지역 중 하나인 태릉 골프장에 1만 세대가 건설될 경우 교통체증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일대. 2020.08.05. [email protected]

정부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가구를 공급하면서 일반분양으로 4000가구를 짓기로 했다. 일반분양은 민간건설사가 공급하는 물량으로 공공이 짓는 공공임대 주택·분양과는 별개다. 일부 주민들이 "임대주택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대규모 공공택지의 경우 약 40% 가량을 일반분양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전용 60㎡ 이하인 공공임대 주택 면적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산층도 살고 싶은 '평생주택'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동네에 임대아파트가 웬말?"...태릉 4000가구는 민간 분양

11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방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총 1만 가구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 13만 가구 공급대책 가운데 태릉골프장이 단일 규모로 가장 크다. 정부는 1만 가구 가운데 40%가량인 약 4000가구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나 서울시 소유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 대부분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이 임대하거나 분양하는 주택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론 대규모 택지는 일반분양 물량이 절반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 특별법상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35% 이상은 공공임대 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그런데 공공분양은 최대 25%를 넘지 않아야 한다. 결국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을 합치면 공공주택은 전체물량의 60% 수준이다. 법규대로라면 공공임대 주택을 35% 넘게 지을 수 있으나 과거 신도시 개발을 할 때도 35%를 넘지 않았다.

정부는 8·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임대와 분양을 각각 절반 수준으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임대주택 위주 공급 방식을 탈피해 청년, 신혼부부가 원하는 분양 물량을 확대키로 한 것. 공공분양 물량이 법상 25%로 제한된 만큼 결국은 민간 건설사가 공급하는 일반분양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태릉골프장은 전체 공급물량의 40%인 4000가구 전후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정부 관계자는 "부지 면적이 작은 곳은 임대와 분양을 섞어 공급하기 어려워 임대 비중이 높을 수 있으나 면적이 넓은 곳은 임대, 분양을 구분해 젊은층의 수요가 많은 분양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반분양으로 공급하더라도 청년, 신혼부부 비중은 늘릴 수 있다. 정부는 지난 7·10 대책에 따라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민영주택(일반분양)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15%로 확대했다. 특공 중 기관추천 물량을 제외하고 다자녀, 노부모, 신혼이 각각 10%, 3%, 20%인데 전체 특공 물량 58% 이내에서 필요시 비중 변경이 가능하다. 특공을 제외한 일반공급은 42%가 나온다.

정부 과천청사 일대에도 4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전량 공공주택(공공임대+공공분양)으로 공급되기보다 태릉골프장처럼 일부는 일반분양 물량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전용 60㎡ 이하 임대주택 면적확대 검토..文 "중산층 평생주택으로"

태릉, 과천시 주민들은 공공임대 주택공급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변 집값 하락 우려와 함께 갑작스러운 공급확대로 교통대란이 올 수 있어서다. 태릉의 경우 광역교통개선 대책이 나왔다. 경춘선 열차를 추가 투입해 출퇴근 시간을 10여분 단축하고, 화랑로 확장과 화랑대사거리 입체화, 용마산로 지하화 등으로 도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임대주택' 반대 정서를 누그러뜨릴 '카드'도 준비 중이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 임대주택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 기획재정부는 전용 60㎡ 이하(25평 이하)로 제한된 현행 공공임대주택 면적을 지금보다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도시기금 예산으로 공공임대를 짓는 만큼 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주택으로 만들기 위해 소형 평수 위주 공급에서 면적을 다양화 하고 외관도 종전과 달리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