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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금감원, '편면적 구속력' 칼 뺐다(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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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범 기자
  • 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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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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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은행권에 잇달아 체면을 구겼던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 들었다.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가 늘자 발끈한 모양새다.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1일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편면적 구속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민원인이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권고를 받아 들이면 금융회사도 이를 따라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금감원의 분쟁조정 권고를 소비자는 거부할 수 있지만 금융회사는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외면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금감원의 키코(KIKO) 배상 권고를 신한은행·하나은행·대구은행 등이 불수용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판매사가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조정안도 하나은행·우리은행 등 판매사들은 배임 등의 우려로 아직 수용 여부를 못 정했다.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위해선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 3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소법은 분쟁조정과 관련해 '신청인과 관계 당사자가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규정만 있다. 금융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보통 법원 소송으로 간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이 대형 로펌을 앞세운 은행을 상대로 승소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까닭에 금감원은 '편면적 구속력'을 금소법에 추가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편면적 구속력 적용 대상은 분쟁조정 결과 중에서 배상해야 할 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소액'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금액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미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이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15만 파운드(약 2억3000만 원), 독일은 5000유로(약 700만원) 이하 사건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한다.

이같은 법제화 움직임을 두고 '법원 판결보다 금감원 분쟁조정이 우선이냐'는 비판도 쏟아진다. 법원 판결도 분쟁이 있으면 항소, 상고 등을 통해 다시 판단을 요구할 수 있는데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를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특히 편면적 구속력은 분쟁조정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헌법상 인정되는 금융회사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각 금융사들이 이사회에서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심사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건 조정안이 제대로 됐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측면도 있다"며 "분쟁조정안을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금융회사들도 반발한다. '투자자 책임' 원칙을 무시한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한 대형은행의 임원은 "편면적 구속력은 결국 투자자의 판단에 의한 손실도 판매사가 책임지라는 얘기"라며 "판매사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기울어진 조치"라고 했다.

증권사 관계자도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되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는 앞으로 사모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를 안 하게 될 거고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의 공급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더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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