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 예보됐지만 섬진강댐 적절한 예비방류 없었다

7일과 8일 전남 구례군에 380㎜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섬진강·서시천이 범람, 구례읍 지역이 침수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구례군 제공)2020.8.9 /뉴스1 © News1

(구례=뉴스1) 서순규 기자 = 폭우로 섬진강의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섬진강댐 방류까지 겹치면서 댐 하류지역인 전북 남원과 임실, 전남 곡성·구례·광양, 경남 하동의 침수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전남·전북 지리산권역에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기상예보 상황에서도 예비방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12일 해당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섬진강 최상류에 있는 섬진강댐은 지난 7~8일 집중호우 예보에도 선제적 방류를 하지 않았고, 8일 오전 6시쯤 갑자기 초당 600톤 규모의 긴급 방류를 시작했다.

섬진강댐은 전남·전북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던 8일 낮 12시쯤에는 1000톤, 오후 4시쯤에는 1900톤으로 방류량을 늘리는 등 불과 10시간 사이에 방류량은 3배로 급증했다.

섬진강댐 방류량이 늘어나고 때마침 쏟아지는 폭우로 섬진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곡성, 구례, 광양, 하동 등 섬진강 하류지역은 강물이 범람하거나 제방이 붕괴되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곡성군 곡성읍, 오곡면 등 섬진강변 저지대에 위치한 마을이 침수되면서 도로가 유실되고, 농경지와 양식장이 침수되는 등 1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급기야 섬진강댐 방류로 섬진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지류인 서시천의 물이 역류하면서 제방이 붕괴돼 구례읍이 물바다로 변했다.

수해로 발생한 쓰레기를 내다 버리기 위해 모아 놓은 화개장터 내부. /© 뉴스1

지리산 천은사계곡, 화엄사계곡, 피아골계곡에서 쏟아지는 계곡물도 높아진 섬진강 수위 때문에 본류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침수 피해를 키웠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도 쌍계사 계곡물이 섬진강 본류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강물이 범람해 침수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섬진강댐의 갑작스러운 수문 개방과 대량의 방류로 인해 섬진강 수계인 곡성·구례·광양·순천 등 4개 시군에서만 224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된 주민들은 폭우 속에 섬진강댐을 방류하면서 발생한 '인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구례군 공무원은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내려오고 폭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예비방류만 했어도 서시천 제방이 왜 붕괴되겠느냐"면서 "그렇게 많은 비가 퍼붓는 상황에 초당 1000톤씩 방류를 하는데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택 침수피해를 입은 한 곡성읍 주민도 "이건 명백한 인재다. 섬진강댐에 뭐하려고 물을 가둬놨다가 갑자기 엄청난 양을 내려보냈는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비만 내려가지고는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없다. 앞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는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에서 상인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상가 식기류를 세척하고 있다. 2020.8.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섬진강 수계 지자체장들은 조만간 섬진강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를 항의 방문 할 계획이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난 7, 8일에는 집중호우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는데 왜 예비 방류를 안했는지, 댐 담수율을 50%로만 낮췄어도 이런 피해는 발생하지 안았을텐데 안타깝다"며 "초당 1864톤이란 어마어마한 물을 방류했으니 하류에 있는 서시천이나 지방하천들이 터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폭우속에 섬진강댐 방류가 수해를 부추긴 것"이라며 "어느 정도 수해복구가 마무리되면 섬진강 하류의 순창, 임실, 남원, 곡성 광양, 하동, 구례 등 지자체장들이 한국수자원공사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섬진강댐은 저수량 4억6600만톤의 다목적댐으로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와 생활용수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발전용수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3곳이 공동 관리한다.

댐 방류는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와 홍수통제소에서 댐의 수량과 강의 상황을 고려해 방류량과 방류 시기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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