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축구도 못하나"…FC루머 탈퇴한 오하영, 뿔난 축구팬들

/사진 = 오하영 인스타그램

"축구 동호인으로서 정말 화가 나요. 여자들이 축구한다고 하면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는 건 편견 아닌가요?"


걸그룹 멤버들이 대거 참여한 축구 동아리 'FC 루머'의 창단 멤버 오하영, 지효, 미나 등이 탈퇴를 선언한 가운데, 축구 팬들을 중심으로 여성 아이돌을 향한 편견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 동아리에 필요 이상의 성별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에서다.

에이핑크의 오하영은 지난 11일 네이버 V라이브 실시간 방송을 통해 "FC루머는 내 생일(7월 19일) 이후로 나왔다. 트와이스의 지효, 구구단 미나도 함께 나왔다"며 "모임으로 인해 팬 분들과 주변 분들이 오해하고 속상해할까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오하영은 "하영 언니 나왔으면 좋겠다는 팬의 글을 봤다"며 "내가 떳떳해도 사람들에게는 아닐 수 있겠다. 그러면 문제를 (사전에)차단하자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인터넷 등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 팬들의 '아이돌은 연애도 하면 안 된다'는 극단적인 팬 문화와 '여자가 무슨 축구냐'는 성차별적인 사회 풍조가 전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도 제대로 즐기기 힘든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실제로 'FC루머'의 창단 소식이 전해지자 커뮤니티에서는 "축구는 핑계다. (남자 아이돌들과) 연애하러 가는 것" "여자들이 축구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A와 B는 이미 사귄다더라" 등 근거 없는 비방글도 게시됐다.

그러나 축구는 이미 전 세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점차 늘고 있다. 프랑스는 여성 등록 선수가 2년 전보다 2만 명 가까이 증가한 7만 3484명(2014~15기준)이며, 이웃나라 일본은 등록 선수만 3만 명을 넘는다.

해외에 비해 걸음마 단계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 나라에서도 월드컵 16강 진출, 아시안컵 3위 등의 대표팀 성적을 바탕으로 여자 축구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해 열린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여자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는 역대 최다 기록인 1만 5839명의 팬들이 방문해 대표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여성 축구동호인들은 이번 'FC루머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축구는 남성 스포츠'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고 지적한다. 축구의 인기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늘어나는데 유독 여성 축구에게만 색안경을 끼는 사회 풍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교에서 여자축구팀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 팀에도 10~12명의 여성 회원들이 소속돼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며 "운동장에서 축구화를 신는 여성을 보더라도 신기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 같은 축구인일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