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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삽질'에 넉다운…"수해복구 자원봉사 아무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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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경기)=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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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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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부근 수해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기자./사진=이강준 기자
12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부근 수해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기자./사진=이강준 기자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기자가 최근 긴 장마로 수해를 입었던 경기도 안성시에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신청하기 위해 안성시청에 전화를 걸었더니 시청 관계자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12일 오전 9시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면사무소 관계자도 같은 반응이었다. 봉사활동이 일반인이 보는 것 만큼 간단한 노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하루만 해보는 거라 괜찮을 거다"고 웃어넘겼다. 30분 후를 예상하지 못한 오산이었다.

죽산면 죽림리의 한 농가로 배치됐다. 주요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흙을 삽으로 푼다음 포대에 담아 논 사이 수로에 쌓아두는 것이었다. 수로가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작업은 간단해보였다. 2인 1조로 구성돼 한 명은 삽질을 하고 한 명은 흙이 담긴 포대를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어설픈 '삽질'로 시작 30분만에 방전…"수해복구 자원봉사, 아무나 하는게 아니네"


12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부근 수해지역에서 자원봉사 중 온 몸이 땀으로 젖은 기자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12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부근 수해지역에서 자원봉사 중 온 몸이 땀으로 젖은 기자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작업 시작 30분만에 체력이 방전되기 시작했다. 소나기를 맞으며 작업을 하다보니 목장갑은 축축해졌고 장화 안에서 발이 자꾸 미끄러져 물집이 잡혔다. 삽질 역시 녹록지 않았다. 수시로 내린 비는 자갈과 흙을 단단히 굳게 만들었고 초보 자원봉사자의 삽은 좀처럼 흙더미를 파고들지 못했다.

시간이 두 배로 느리게 갔다. 2시간동안 작업한 줄 알고 곧 점심을 먹겠거니 생각했지만 50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흙을 채운 포대 하나의 무게는 40㎏에 육박했고, 비를 머금은 질척거리는 흙은 발을 쉽게 놔주지 않았다.

작업 시작 한 시간 반이 흐르자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혼자 일하고 있던 또 다른 자원봉사자가 대신 삽질을 해주기 시작했다.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왔지만 어느새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수해복구 자원봉사는 경험과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해 아무나 쉽게 하지 못한다고 한다.



논길 좁아 중장비로 수해복구 어려운 곳 많아…자원봉사자 '태부족'


12일 정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부근 수해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55사단 군병력./사진=이강준 기자
12일 정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부근 수해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55사단 군병력./사진=이강준 기자

안성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장모씨(51)는 '프로' 자원봉사자다. 기자를 돕던 장씨는 이미 지난 10일부터 일주일간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모든 일정을 비워뒀다.

장씨는 "일이 익숙치 않은 자원봉사자들도 대환영이다"라며 "어제(11일)도 국회의원들이 와서 인증샷만 찍고 봉사자들 격려만 해주고 자리를 떴는데, (초보 봉사자들은) 어쨌든 끝까지 남아서 봉사일을 책임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안성시 수해지역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좁다란 논길 특성상 중장비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은 전부 사람이 삽을 들고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부족해 군인 100명까지 동원해서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농민들 "정치인들 4대강 사업 운운할 시간에 차라리 자원봉사를 와달라"


12일 오후 1시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부근 수해지역 모습. 토사물이 포도밭 비닐하우스를 덮쳐 중장비가 이를 철거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12일 오후 1시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부근 수해지역 모습. 토사물이 포도밭 비닐하우스를 덮쳐 중장비가 이를 철거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농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현재 4대강 사업이 물난리에 도움이 됐는지 여부에 대해 여야가 언쟁을 주고 받고 있는데, 수해 현장엔 도움이 되지 못하는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21년간 농사를 지은 심모씨(63)는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어서 꿈인가 싶다"면서도 "4대강 사업가지고 싸울 동안 의원 한 명씩이라도 내려와서 손 좀 보태는 게 국민 지지를 더 받을 것"이라고 했다.

수해 농민들은 '이중'으로 돈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수해 농작물과 망가진 농지 100% 보상받지도 못할 뿐더러, 이를 복구하려면 자원봉사자가 오지 않는 이상 일당 20만원씩 지급하며 사람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수해 기사를 늘 접하고 쓰는 기자였지만 글자로 표현되지 못한 현장 상황이 너무나 많았다. 온 힘이 빠져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기자의 고통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예정보다 10분 일찍 작업이 끝났다. 계산해보니 133개 포대였다. 약 5300㎏에 달하는 무게였다. 심씨는 "오늘 작업은 소꿉놀이 수준"이라며 "내일(13일) 논밭 복구를 시작해야 하는데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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