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일보의 두얼굴…홍콩 민주화 간판과 대만 파파라치

홍콩 경찰에 체포됐다 12일 보석으로 석방된 지미 라이가 빈과일보 사옥에 돌아왔다./자료=홍콩 빈과일보 캡쳐

홍콩의 반중 언론매체 빈과일보(영문명 Apple Daily)의 사주 지미 라이가 체포된 후 석방되면서 해당 매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빈과일보의 모기업 넥스트디지털 주가는 전날보다 41.8% 하락한 0.64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6억5500만홍콩달러다. 이날 주가가 폭락했지만 7일 종가(0.09홍콩달러) 대비로는 842% 상승한 것이다.

전날 넥스트디지털의 주가는 1.10홍콩달러로 마감, 시가총액은 29억 홍콩달러(약 4432억 원)로 급증하기도 했다. 지미 라이는 넥스트디지털의 지분 71%를 보유하고 있다.

지오다노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미디어분야에서도 다양한 투자를 해왔다. 또 다른 회사를 통해 미얀마의 부동산 투자를 탐구하기도 했다.

의료사업으로 돈을 번 라이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을 창간했고, 이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하고 본격적으로 언론사업에 뛰어들었다.


창간 초기부터 알록달록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고, 모든 지면을 컬러로 발행해 인기를 끌었다. 빈과일보의 영향으로 다른 매체도 컬러발행에 나섰을 정도였다. 신문 1면에 광고를 실지 않고 발행했으며, 이를 통해 넓은 독자층을 형성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2001년엔 넥스트매거진의 자매지를 발행하며 홍콩을 처음으로 벗어나 대만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천수이볜 대만 총통의 사위의 전 여자친구의 기사로 초판이 매진됐다. 선정적인 보도 스타일에 대한 논란과 사무실에 대한 두번의 폭력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라이는 2003년에 대만판 빈과일보를 창간했다.

넥스트디지털의 출판물은 대만 미디어업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출판물 중 하나였다. 자극적인 보도스타일과 파파라치 스타일의 보도를 대중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에는 넥스트TV라는 뉴스채널을 시작한다.

그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거액의 자금을 대고 공산당을 공개 비판하면서 중국 정부 눈밖에 난 인물이다. 반중 성향에 발목이 잡혀 홍콩에서 광고가 끊기자 라이는 2012년 넥스트미디어의 인쇄물과 텔레비젼을 대만에서 팔려고 시도했지만 투자자 모임에서 매각에 반대해 입찰이 무산됐다.

재정난으로 인해 라이는 2018년 대만의 부동산을 매각했고, 지난 2월 넥스트매거진의 영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아직도 대만은 빈과일보의 핵심 시장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빈과일보의 월간 인터넷 방문자를 지역별로 보면 대만이 1200만명, 홍콩이 1030만명, 미국이 1000만명, 캐나다 28만5000명이다.

대만에선 127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홍콩 근무자는 1047명이다.

최근 홍콩 미디어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미디어 사업부분의 연수입은 2016년 23억홍콩달러에서 지난해 12억홍콩달러로 떨어졌고 연이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라이의 사업이익은 미디어 투자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이는 미얀마의 상업 중심지인 양곤에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콩=AP/뉴시스]11일 홍콩의 한 신문 가판대에 홍콩의 대표 반중(反中) 매체 빈과일보가 진열돼 있다. 이 신문 1면에는 사주인 지미 라이가 전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는 모습이 실려 있다. 경찰은 지미 라이 체포에 이어 빈과일보 사옥도 압수 수색을 해 새로운 보안법 시행을 확대하고 반중 언론에 대한 압박을 높이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두려움을 높였다.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