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서도 반발하는 혁신안…정의당 '쇄신' 가능할까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혁신위원회 혁신안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8.13. [email protected]

정의당이 13일 부대표 수와 권한을 늘려 당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를 보완하고, 당 내에 청년정의당을 설치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내놨다. 4·15 총선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 '포스트 심상정' 체제를 준비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다. 하지만 혁신안 마련을 담당한 혁신위원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을 이끌 새 리더십을 창출하겠다는 심상정 대표의 계획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종 혁신안을 공개했다. 혁신위는 당의 전면적 쇄신 작업을 위해 지난 5월 24일 출범한 독립기구다. 당의 정체성은 물론 임기를 1년 가량 앞당겨 대표직에서 조기에 물러나기로 한 심 대표 이후 리더십이 나아갈 방향을 구상해 왔다. 그리고 활동을 시작한지 약 두 달 반 만에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의 핵심은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최고 의결기구인 대표단회의를 신설하는 것이다. 대표단회의는 당 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부대표 5인, 청년정의당 대표 등 8명으로 구성된다. 부대표 수를 기존 3인에서 5인으로 늘렸다. 당 대표 1인에게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선출직 부대표 5인 중 30%(2명) 이상은 여성으로 하고, 장애인 후보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해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전국위원회, 대의원대회 등 대의기구에 대한 당 대표의 추천권한을 폐지했다.

이 밖에 당 내에 청년정의당을 만들어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9월 중 실시할 조기동시당직선거에서 대표, 부대표, 광역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 등과 함께 만 35세 이하 청년당원들의 총투표로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또 피선거권·선거권의 기준을 입당한지 3개월에서 6개월로 강화하고 2021년까지 강령 개정을 진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진입문턱을 낮추기 위해 초안에 담겼던 당비 1000원의 '지지당원제' 도입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장혜영 혁신위원장은 "이번 혁신안은 깃발 같은 혁신안이라기 보다는 밥그릇, 국그릇 같은 기본에 충실한 혁신안"이라며 "정의당은 하나의 의견이 있으면 다른 의견도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정당으로 의견을 모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8.13. [email protected]

당초 혁신위는 당 지도체제 개편 방안과 관련 최고위원 제도 등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논의 끝에 현재의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한 채 부대표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부대표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책임정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부대표 자리를 놓고 당내 계파간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혁신안 마련에 참여한 혁신위원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배석한 성현 혁신위원은 간담회 도중 "부대표 수가 5명이 아니라 3명이라서, 강령 개정을 하지 않아서 총선에 실패했나", "혁신은 실패했다"며 돌발 발언을 내놨다.

성 위원은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의 면피용으로 만든 기획이며, 그 기획조차도 실패했다. 자신들이 속한 계파의 숙원 작업을 위한 장으로 혁신위가 이용돼 왔고 당원들이 정작 바라는 주제는 토론에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의 제지에도 그는 "당원 탈당 사태에서 물갈이론으로 이야기하는 게 정의당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혁신위가 발표한 혁신안은 오는 15일 전국위원회에 보고된 뒤 30일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판단을 받는다. 성 위원은 "집단지도체제 하에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의당이 될 것"이라며 "수정동의안을 내서 개악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