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낸 한전…탈원전 극복 비결은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원자력본부 전경 / 사진제공=한수원

한국전력 (21,000원 ▼450 -2.10%)공사가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당초 탈원전에 따른 전력구매 비용 증가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산업용 전기 판매 부진 등으로 실적 부진이 우려됐지만 기록적인 저유가 덕에 손실을 만회한 것이다.

14일 한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20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9285억원 적자였다. 당초 증권가 컨센서스(예상치)인 700억원대 영업적자를 훌쩍 뛰어넘은 결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생산이 줄면서 산업용 전력판매가 줄고, 원전 가동률도 소폭 감소했지만 국제유가가 워낙 가파르게 낮아진 덕을 봤다.

전기판매수익은 1년전보다 2221억원(0.8%) 감소한 2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위축 등으로 전력판매량이 2.9% 줄어든 여파다. 계약종별로 보면 산업용 전기 판매량이 공장 가동률 하락 등 여파로 4.9% 줄었고 등교가 미뤄짐에 따라 교육용 전기 판매량도 16.2% 급감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택용이 5.2% 늘었고 일반용(1.8%)와 농사용(0.7%)도 소폭 증가했다.

원전이용률(설비 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은 1년전 79.3%보다 1.7%p 낮아진 77.6%를 기록했다. 원전의 경우 발전단가가 1㎾h당 60원 안팎이다. 91원 수준인 유연탄(석탄), 107원인 수력에 비해 저렴하다보니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 한전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상 원전이용률이 1%p 하락하면 한전 영업이익이 1900억원 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감안하면 올 상반기 원전이용률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는 약 3200억원 수준이다.

전력구매량 중 원전 비중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올 상반기 원전 전력구매량은 78,119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상반기 7만5882GWh에 비해 2.9% 늘었다. 월성1호기 가동이 영구중단됐지만 신고리 4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덕분이다.


결국 코로나19에 따른 전력판매부진과 원전이용률 악화도 한전의 깜짝 실적을 막지 못했다. 기록적으로 낮아진 저유가 덕에 연료비와 전력구매비 감소폭이 훨썬 더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배럴당 64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 상반기에 41달러로 36% 하락했다. 올해 4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월평균 유가는 20달러 이하로 떨어졌는데 4월20일에는 -37.63달러에 거래되며 판매자가 오히려 돈을 주고 원유를 팔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6월말에도 39.27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증권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1달러 하락할 경우 한전은 연간으로 영업이익이 11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유가 하락에 따라 한전의 연료비‧전력구입비는 전년대비 2조6000억원(14.1%) 줄었다.

한전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은)한전실적이 국제 연료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소위 '탈원전'으로 인해 최근 2년간 한전이 적자를 봤다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2019.12.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