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제재 확인도 안한 통일부…"다른 北 기업과 물물교환"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 2020.08.03. [email protected]

이인영 장관의 첫 대북사업인 '작은 교역' 차원에서 남북 간 '설탕-술 물물교환'을 추진해온 통일부가 스타일을 구겼다. 교역 상대 북한 기업이 국제제재 대상인지도 모른 채 사업을 검토해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단 제재 대상이 아닌 북측 기업과 물물교환을 추진하기로 사업 재조정에 들어갔다.
물물교환 대상 기업, 유엔제재 대상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통일부의 보고를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가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진행하려고 한 사업과 관련해 "완전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그동안 우리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간 교류협력 승인 여부를 검토해 왔다. 우리의 설탕과 북측의 고려인삼술, 류경소주, 들쭉술 등을 교환하는 사업. 물물교환이라는 방식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그런데 국정원은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 사업을 승인할 경우 제재 위반 소지가 커지기 때문에, 사업 자체를 일단 재검토한다는 게 통일부의 이날 정보위 보고 내용이다.
'철회' 아닌 '재조정'? 비판은 여전
통일부는 '철회'가 아니라 '사업 재조정'이라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는 (정보위에서) 철회라는 발언을 한 바 없다"며 "통일부가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철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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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사례는 통일부를 향해 △사업 대상 기업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으며 △국정원과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건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첫 대북사업인 '작은 교역'의 성과를 내기 위해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병기 의원은 "통일부가 국정원에 제대로 확인을 안 한 것 같다"며 "물물교환 기업과 관련해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통일부가 이 기업(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에 대해 국정원에 적극적으로 확인했어야 하고, 국정원도 성실히 답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재 저촉 안 되는 北 기업과 추진"
통일부는 일단 사업 재조정을 통해 물물교환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작은 교역'부터 시작해 남북 대화채널을 복원하는 과제가 급선무라는 게 이인영 장관의 생각이다.

이 장관은 최근 "남북 대화를 복원하고 '먹는 거, 아픈 거, 죽기 전에 보고싶은 거' 이런 인도적 협력과 작은교역을 추진해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남북 간의 합의 이행이라는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사업만 고려해온 게 아니다. 복수의 북측 기업을 물물교환의 대상으로 검토해왔다"며 "다른 북측 기업들은 국제제재에 저촉이 안 되는 것으로 국정원이 확인을 해준 상황이다. 사업을 멈춘 적이 없기 때문에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