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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사모의 공모화…사모펀드에 '판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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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범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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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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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활황인데도 속 편히 웃지 못한다. 골칫거리가 마음 한편을 짓누른다. 라임·옵티머스·젠투 등 이름만 번지르르할 뿐 속빈 강정인 사모펀드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대손충당금으로 번 돈 이상을 쌓아놓는다. 이마저도 없는 셈 쳐야 할 판이다. 투자자(일부 피해자)들은 아우성이다. 정치권도 발을 걸친다. 올 가을 국정감사 제1 주제가 ‘옵티머스’라는 데 이견은 없다.

옵티머스 사태의 출발은 사실 간단하다. 사기다. 돈을 모아 투자하겠다고 해 놓고 정작 돈을 넣지 않았다. 그 사기 과정, 과정의 이면을 찾는 게 조사·검사·수사다. 다만 여기서 사기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이 교묘하게 뒤섞인다.

감독 부실, 통제 장치 부작동 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의도된’ 편집이 의심된다. 결국 본질은 사모(私募)의 공모(公募)화인데 말이다. 여기에 질문을 던지다보면 허점·부실과 마주한다.

우선 사모펀드에 투자했는데 사기를 당한 투자자가 수천명이나 될 수 있냐는 당연한 물음이다.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는 49인 이하로 돼 있다. 그 숫자가 넘어가면 공모다.

문제가 터져도 49명이 다쳐야 한다. 한데 라임이든, 옵티머스든 자칭 피해자 숫자가 수천 단위다. 재간접펀드(Fund of funds) 출자를 허용하며 모(母)펀드-자(子)펀드 구조가 가능해진 결과다.

49인의 모펀드가 자식을 두고 49인씩 더 모으면 모펀드 투자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사모펀드가 수천명에게 ‘팔리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무늬는 사모펀드지만 성격은 공모펀드인 셈이다.

자펀드가 달라도 모펀드가 같으면 투자자수 규제를 해야 하는데 펀드 형식에만 매몰되면서 놓쳤다. 금융당국의 실수인지, 실패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리낌없이 사모펀드 ‘판매’를 말하는 것도 사모의 왜곡, 사모의 공모화를 당연시한다. 자본시장법에 보면 ‘투자자수 제한(49인)’뿐 아니라 ‘청약의 권유 규제(49인)’도 존재한다.

49인까지만 청약을 권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모집보다 더 강한 규제다. 50명째 권유는 금지된다. 하면 법 위반이다.

50명에게 청약을 권유해 40명이 모집되면 투자자 수 요건을 갖췄어도 사모가 아닌 공모다. 금융당국은 현실적으로 청약 권유 행위를 잡아낼 수 없다며 실효성을 문제삼는다. 어차피 지킬 수 없는 조항이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이 조항이 바로 사모의 핵심이다. 개별적으로 권유해서 모집하는 게 사모란 말이다. 사모펀드에 ‘판매 규제’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모는 ‘판매’하는 상품이 아닌 투자자와 운용사가 ‘협상’하는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약의 ‘권유’가 중요한 상품이다. 완전 판매도, 불완전 판매도 성립하지 않는다.

판매가 없기에 사실상 판매사도 존재할 수 없다. 은행, 증권사 PB센터는 불완전판매를 해서 문제가 아니라 ‘청약 권유’가 아닌 ‘판매’를 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부통제 실패였던 셈이다.

결국 사모펀드 ‘판매’는 그 자체로 사모의 공모화를 뜻한다. 창구에서 ‘판매’하면 창구에 방문하는 모든 개인들이 ‘청약 권유’에 노출되는 만큼 그 상품은 사모가 아닌 공모가 된다.

팔 수 없는 것을 팔 수 있게 한 순간, 또는 팔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한 순간 사모는 공모가 됐다. 이 판매 의미를 몰랐다면 금융당국의 무지다. 알고도 그냥 뒀다면 감독 부실이다. 뒤늦게 쫓아가 설명 의무 등을 외치며 불완전 판매 운운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판매’를 부여잡는다. 지난달말 내놓은 ‘사모펀드 감독강화 및 전면점검 관련 행정지도 추진 방안’에 따르면 ‘판매사’는 사모펀드의 구체 내용까지 점검해야 한다.

‘판매’를 전제로 하기에 불완전 판매를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흐름대로면 조만간 사모펀드 판매 지침이나 사모펀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겠다는 발표가 나올 판이다.

사모펀드 사태의 본질은 사기와 불완전 판매보다 ‘사모의 공모화’인데 금융당국이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사모펀드 전수 조사, 판매사 제재 보다 사모의 공모화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그러면 사모펀드의 왜곡을 만들어낸 제도의 정비 등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광화문]사모의 공모화…사모펀드에 '판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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