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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나를 잘 안다"는 알고리즘, 나에게 정말 득일까?[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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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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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늘 만들고 싶은 것은 내가 뭘 보고 싶어하는지 예측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구글 회장 시절 에릭 슈미트는 이런 말을 자주 하고 다녔다. 그가 원하는 예측 프로그램이 바로 '개인화 알고리즘'이다. 엘리 프레이저의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 따르면 에릭 슈미트나 제프 베조스, 마크 저커버그 같은 눈 밝은 CEO들은 이 알고리즘 개발에 사활을 걸었고, 이것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퀴비 같은 영상 플랫폼은 물론 중국 뉴스플랫폼 진르토우티아오나 외식플랫폼 메이투안디엔핑,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한 명 한 명에게 특화된 알고리즘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더 오래 그들을 붙잡아둔다.

알고리즘 원리는 간단하다. 인터넷 필터로 당신이 좋아할 것들을 걸러낸 뒤 이것을 당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당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시 당신에게 추천한다. 이렇게 당신이 누구인지, 뭘 원하는지, 뭘 자주 찾는지, 알고리즘을 만들어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

그러면 당신은 "엄마보다 나를 더 잘 안다"며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추천해주는 콘텐츠의 무한 반복에 열광한다. 이 알고리즘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있고, 내가 좋아하는 생각만 있고,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만 있다.

2.
인터넷에서 우리가 콘텐츠와 만나는 방법을 송두리째 바꾼 이 알고리즘을 비판적 전문가들은 '필터버블'이라 부른다. 필터버블에는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개인화 알고리즘의 부작용은 당신이 예상하지 못한 그 이상이다.

첫째, 필터버블은 우리를 계속 외톨이로 만든다. 필터버블에서 당신은 늘 혼자다. 당신의 관심사가 끝없이 눈 앞에 펼쳐지니 다른 사람은 필요 없다. 필터버블은 사람들을 철저하게 떼어 놓는다.

둘째, 필터버블은 우리를 계속 헤매게 한다. 구글이나 유튜브는 보수나 진보라는 색깔 자체가 없다. 구글이나 유튜브는 당신이 왜 이 콘텐츠를 봐야 하는지, 왜 이 콘텐츠가 당신에게 추천됐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당신은 유튜브가 이걸 왜 나에게 추천했는지도 모른 채, 그냥 봐야 한다.

셋째, 필터버블은 우리 판단력을 약하게 한다. 필터버블에서 당신은 어떤 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그냥 보여주는 대로 볼 뿐이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한 필터버블을 피할 수 없고, 알고리즘을 끌 수도 없다.


3
필터버블은 우리가 무언가 통찰하면서 새롭게 배울 기회도 뺏는다.

원래 창의성이란 완전히 다른 주제에서 나온 생각들이 서로 충돌할 때 튀어나온다. 요리가 물리학과 만나야 밥이 눌어붙지 않는 밥솥이 발명되는 원리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비결은 과학자와 기술자, 개발자, 디자이너, 히피 등 온갖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 다른 생각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요리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물리학 영상을 추천해주지 않는다. 필터버블에선 서로 다른 주제가 만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탄생할 기회가 드물다.

당신은 스스로가 콘텐츠를 결정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이전에 클릭했던 것에 의해 다음 것을 클릭하며 끌려다니는 신세다. 필터버블에 의해 과거의 비슷한 사용 이력을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며, 편협한 시야에 갇혀 쳇바퀴를 돈다.

4
코로나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며 개인화 알고리즘의 폐해가 득세하고 있다. 단적으로 넷플릭스 이용자는 불과 1년 새 152% 급증했다. 구글과 네이버, 카카오톡도 코로나로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알고리즘에 빠져 편안함과 안락함에 길들여지면 나 자신의 선입관을 무너뜨리고,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한 생각을 바꿀 기회는 사라진다.

나와 뜻이 다른 사람들은 무조건 경멸하거나 적대시하고 논의라는 것은 아예 해보려 들지도 않는다. 우리를 무신경하게 만드는 이 알고리즘은 정말 우리에게 이로운 걸까.

무엇보다 이 모든 알고리즘이 공짜라고 생각 말라. 당신이 필터버블에 노출되는 그 순간, 당신은 엄청난 분량의 일상 데이터를 고스란히 그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뇌 과학자 알렉스 코브는 저서 <우울할 땐 뇌과학>에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무조건 스스로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설령 잘못된 결정이라고 해도 결정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스스로 결정하다 보면 습관이 조절되고 통제감이 생긴다. 한가지씩 결정할 때마다 미래에 사용할 내 의사결정 회로가 튼튼해진다. 이것이 코로나 시대를 잘 넘기는 요령이다. 코로나 거리 두기 못지 않게 맞춤 정보로만 가득 찬 필터버블 식단과도 거리를 둬야 한다.

"엄마보다 나를 잘 안다"는 알고리즘, 나에게 정말 득일까?[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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