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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의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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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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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3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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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의사란 무엇인가
동서고금 가장 존경받는 의사상은 슈바이처 박사일 것이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험지에 갔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평생 희생하고 헌신했다. 우리는 모든 의사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던 슈바이처 같기를 바란다.
 
문제는 슈바이처의 실력이다. 죄송한 말씀이다. 의사가 갖춰야 할 덕목 1위는 환자를 치료하는 실력이다. 처음 가봉에 도착한 슈바이처가 급성 뇌졸중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뇌경색 응급환자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없고 시설과 장비, 지원인력이 없으면 어떤 의사도 속수무책이다. ‘돈만 아는’ 대도시 대형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된 지방 공공의대 플랜은 지방에서 슈바이처들이 의술을 펼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공익 마인드로 무장한 청년들을 국가 부담으로 의사로 양성해 의료사각지대도 없애고 비인기 분야 의료인도 양성하자는 내용이다. 훌륭한 취지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
 
첫째, 돈이 많이 든다. 지방 곳곳에 의대와 병원을 만들고 플러스 거의 10년을 투자해야 한다. 슈바이처 양성계획이라면 투자가치는 물론 있다. 그러나 돈이 덜 들고 더 효율적인 대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고등학교를 갓 나온 10대 청년이 힘든 교육과 수련을 마친 후 의사가 되고 의무복무기간을 거쳐 30대로 접어들면 옛날의 그 청년이 아닌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세상 좀 겪어보았다. 부양하고 교육할 가족이 생겼고 의사로서 직업적 욕심도 생길 수 있다. 어려운 병도 다루어 보고 싶고 의학에 기여도 하고 싶어진다. 약속대로 평생 ‘시골의사’ 소리를 들으면서 지역 환자 곁을 지킬 수도 있겠지만 기회부족이 원인인 경험부족으로 의료사고를 낸 의사가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여건만 되면 서울로 갈 길을 찾을 것이다.
 
셋째, KTX가 나온 이래로 응급상황이 아닌 한 의료에 관해서는 전국이 한 동네다. 환자들은 서울로 오고 싶어 하고 그 때문에 지방 의사에게는 실력을 키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환자 가족들은 의료의 지역균형발전은 지지해도 막상 자기 가족은 서울 대형병원으로 데려오고 싶어한다. 지방 공공의대를 추진하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지상정이다.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방병원이 유사시에 대비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인력과 장비의 가동률이 떨어진다. 의사 처우는 둘째치고 지금과 같은 수가 수준으로는 병원이 유지되기 어렵다. 힘들여 양성한 의사가 실직 위기를 맞는다.
 
넷째, 산부인과 흉부외과 중증외상센터 같은 ‘기피분야’를 인위적 방식으로 양성하겠다는 것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무리다. 우리 청년들은 인센티브가 가장 큰 동기인 사회에서 교육받고 성장한다. ‘저녁 있는 삶’을 중시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특히 공정성에 민감한 신세대 의사들은 자신들이 보기에 설득력 없는 정부 계획의 취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는 귀족원의 추천을 받거나 재력가의 자제여야 의사가 될 수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어야 의술을 봉사로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슈바이처도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대다수 의사는 생활인이고 실력으로 직업상의 보람을 찾고 싶은 보통 사람들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의료복지 확대 욕심 때문에 시장원칙을 지나치게 무시했다. 계속되면 체계 전체가 지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숨을 좀 고르고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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