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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재용 기소를 강행한다면 [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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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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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3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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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몇 년 전 산업부 데스크 때 한 대기업 노동조합이 후배의 기사를 문제 삼아 후배와 회사를 고소해, 회사를 대신해 언론중재위원회와 본안소송까지 간 적이 있다.

그 소송이 진행되는 약 1년 동안 회사의 자문 법무법인과 그 일에 적잖이 신경을 썼고, 재판이 있는 날이면 사내변호사와 함께 서초동 법원에 가서 30분 정도의 재판을 치르는 것에 하루를 날리기 일쑤였다.

요즘도 언론중재위 제소는 아주 흔한 일이다 보니 이런 것이 언론사 데스크의 숙명이려니 하며 그 이후에도 언론중재위나 서초동을 자주 들락거렸다. 그러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소송이 걸리면 본업을 하지 못하고 그 일에만 매달리고,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위축된다는 것을 안다.

각종 언론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금명간 기소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는 것을 보니 검찰이 기어코 기소의견으로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길 모양이다. 대부분 이런 얘기가 나오면 검찰 내부에서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애드벌룬을 띄우는 경우다.

검찰개혁의 산물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압도적인 의견으로 더 이상의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하지 말 것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검찰 내부권력 투쟁의 과정에서 그 시선을 기업인으로 돌려 '국면전환용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까지 합쳐 80여차례 법원이나 검찰에 출두와 조사를 받았다. 기자가 겪은 손해배상 벌금형 정도의 소소한 민사재판도 그럴진데, 하물며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형사소송으로 다투는 데서야 몇 배 더 신경 쓰일 것은 자명하다.

이 부회장에게 죄가 있는데 봐주라는 얘기가 아니라, 제대로 혐의가 입증이 안됐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얘기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도 그렇지만,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고, 그 합병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조작했다는 논리는 어딘가 어설퍼 보인다.

에버랜드 재판의 단초가 된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지배구조면에서 삼성 그룹의 지배권은 1996년 이 부회장이 쥔 상태였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하는 한 경영을 승계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래서 당시 일부 법대 교수들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CB를 저가에 발행했다고 고발했던 것이다.

최근 검찰이 따로 전문가들을 불러서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장고하는 분위기로 봐서는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로 합병하고 회계를 조작했다는 부분을 입증하는 것이 단순 명료하게 이뤄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이나 이 부회장에 대해 죄를 물을 때의 단골 메뉴가 서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였다.

그 예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에버랜드 CB를 저가에 발행했고,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말을 사줬고,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K스포츠와 미르재단에 돈을 냈고,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영재스포츠센터 설립에 돈을 냈다는 거다.

에버랜드 CB 발행을 제외하면, 정치 권력자의 강요에 의한 수동적 행위를 자발적 목적성을 부여하는 카드로 '경영권 승계'를 갖다 붙였다.

아마 앞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지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를 서두로 해서 압박을 가할지도 모른다. 이 부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이런 자신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뜻을 담은 듯하다.

삼성 그룹의 지배권 승계는 1996년부터 에버랜드CB가 이 부회장에게 넘어갔을 때 끝난 일이다. 그리고 법률적 실체는 없지만 경영권의 실체가 있다면 그 승계는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5월 10일부터 시작된 것이지 합병이 가져다준 열매는 아니다.

이 회장 와병 후 계열사를 추스르고 다듬는 일은 정부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라는 압박에 따라 이루어진 작업들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도 그 연장선이었다는 것을 여러 삼성 고위층들로부터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들었던 얘기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고도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한다면 앞으로 또 다시 수년간 지난한 재판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전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살벌한 경제전쟁에 코로나19의 팬데믹 극복에 힘을 쏟을 때 국내 최대 기업의 리더는 실체도 불분명한 '경영권 승계 목적'의 덫에 걸려 송사로 날을 새게 됐다.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내린 결정으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잃을 것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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