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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하자는 부장님…"제정신이세요?" 외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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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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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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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에도 일부 직장 여전히 회식…회사 의지 중요, '금지령'에 싹 사라져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남편이 회식하고 온 날이었다. 세 아이 엄마이자 아내는 화가 났다. "거절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며 어쩔 수 없었단다. 잘 알고 있었다. 남편도 신나서 회식한 게 아니란 걸. 누군가 가자고 했을 것이고, 윗사람이었을테고,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해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했다. 아이들이 보였다. 2주째 어린이집을 못 갔다. 날마다 신발을 가져와선, 창 밖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나가면 재미 있겠다." 그 어린 나이에, 벌써 한숨 쉬는 법을 배웠다.

그날 아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렸다. 단 2주만이라도, 회식을 '강제'로 금지해달라고. 밤 9시 이후에 '테이크 아웃'만 된다면, 분명 일찍 나가 회식하는 이들이 생길 거라 말이다.

그러면서 "모두가 싫고 두렵지만, 따라가지 않으면 낙오된단 두려움에 따라가고 있을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회식이냐"고 한탄했다.


"OO씨 송별회는 해야지"…난감합니다


회식하자는 부장님…"제정신이세요?" 외치고 싶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식 문화'가 많이 바뀌긴 했다. 직장인 81.8%는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했고, 63.5%는 "회식을 해도 예전보다 빨리 끝난다"고 했다(리서치기업 엠브레인 조사 결과).

그러나 늘 그렇듯, 여전히 별 신경쓰지 않고 회식하는 이들이 있었다.

주로 상사가 주도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고 했다. 직장인 송모씨(29)는 "부장님이 'OO씨 송별회는 그래도 해야지'라며 회식을 잡았는데, 다들 쉬이 대답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봤다"고 했다. 속마음은 다 같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시국이 이런데, 제정신이세요?"

어떻게든 피하려는 이들도 있으니, 핑계도 늘었다. "아이가 아파서 가야한다고 했어요."(35살, 3살짜리 아빠 김모씨), "장염에 걸려서 술을 못 마신다고…."(29살, 이모씨), "아빠 생신이라고 했어요. 지난달에 이미 했는데요."(37살, 박모씨) 그러나 속마음은 같았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알아서 좀 피해주면 안 되나.'

원치 않는 회식에, '불화'까지 겪는단 얘기도 있었다. 직장인 서모씨(41)는 "어쩔 수 없이 가는 거라고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그건 핑계'라고 대꾸해 싸웠다"며 "누가 가고 싶어서 가겠느냐"고 속상해했다.



회사 의지 중요…피치 못할 땐 '온라인 회식'


온라인 회식을 했다는 직장인. 소주와 삼겹살을 시켜놓았다./사진=독자 제공
온라인 회식을 했다는 직장인. 소주와 삼겹살을 시켜놓았다./사진=독자 제공

반면, 회식이 사라졌단 직장인들 대다수는 회사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측에서 '강제성'을 부여하니, 엄두를 못 내더라는 것.

직장인 이현지씨(34)는 "우리 회사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마자 부서장들에게 '회식 금지령'을 내렸다"고 했다. 적발될 경우 인사 불이익까지 주겠다고 하니, 잡혀 있던 회식도 다 취소됐다. 직장인 최모씨(28)도 "회식하지 말라고 회사 대표가 직접 언급하니, 알아서 잘 지키더라"라고 했다.

피치 못할 경우엔 '온라인 회식'도 방법이다. 뜻은 모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키는 것. 직장인 허은선씨(38)는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사다놓고(저는 치킨에 맥주), 줌을 이용해 회식을 했었는데 다들 만족해 했다"며 "모여서 회식하는 것보다 더 분위기가 좋았다"고 했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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