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어떻게 美버라이즌 8조 '초대형 잭팟' 터뜨렸나

삼성전자가 2020년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8조 1000억원으로 공시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대규모 5G 장비공급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빅3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글로벌 1위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낮았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중국 화웨이가 32.6%로 1위이며 스웨덴 에릭슨(24.5%), 핀란드 노키아(18.3%)에 이어 삼성전자는 16.6%로 4위에 머물렀다.

통신장비 못놓쳐, 본격투자로 5G시장서 승부수
통신장비는 장치산업의 특성이 있어 교체주기가 길다. 때문에 긴안목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장비사업은 스마트폰 사업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통신서비스가 진화하면서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의 상관관계가 부각됐고, 서비스품질 제고는 물론 기술, 특허측면에서도 놓칠수 없는 시장이라는 판단에 삼성전자도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시장이 열린 5G를 반전의 기회로 삼기위해 수년새 5G 장비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는 5G 선도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2018년 12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세계 최초 5G망 상용서비스에 나섰고 미국에서도 같은해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와 5G장비 공급계약 체결했다. 올초 일본에서도 KDDI와 5G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술력도 빠르게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모뎀 칩을 비롯한 5G 핵심 주요 부품들을 자체 개발해 최대 다운로드 속도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가상화 솔루션역시 가입자 수용 용량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장비업체중 처음으로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6G 백서'를 발간하면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버라이즌향 장비 공급 역시 이같은 기술력이 뒷받침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반 화웨이 전선에 반사효과도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1위 사업자인 화웨이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로 발목이 잡힌 것도 삼성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화웨이는 그동안 비 미국지역에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새 미국은 안보위협을 이유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해, 지난 7월 화웨이 장비 신규도입 금지 및 2027년까지 기존장비 철수방침을 확정했다. 영국정부는 삼성전자에 화웨이를 대체할 장비공급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발끈한 중국 정부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각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외교전을 벌이며 화웨이 퇴출저지에 총력을 기울여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쉽지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유럽시장에서 화웨이는 물론 에릭슨과 노키아 등 선발업체들의 입김에 가로막혀있던 삼성으로서는 호기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5G 수혜와 함께 화웨이의 부진에따른 유럽내 반사효과까지 더해 점유율 20%를 거뜬히 넘어서는 동시에 올해 장비시장 빅3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버라이즌에 대한 장비 공급은 삼성의 5G 장비기술력을 공인한 것"이라면서 "미국의 제재로 유럽시장에서 화웨이가 사업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삼성이 치고 나오면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