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당신이 어느 날 코로나에 걸린다면[송정렬의 Echo]

머니투데이
  • 송정렬 산업2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9.08 06:0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하루 400명을 웃돌던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급증세가 한풀 꺾였다. 그나마 한시름 놓았지만 재확산 이후 확실히 체감하는 코로나19 공포지수는 한층 높아졌다. 동네 어느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주변의 확진 소식이 부쩍 늘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미 2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혀온다는 오싹함이 느껴질 정도다.

지난달 어느 토요일 오후. 모처럼 한가롭게 TV를 보면서 가수면 상태에 빠져 있었다.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댔다. 비몽사몽 간에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와 3일 전 잠깐 동선이 겹친 것. 다음날 나올 밀접접촉자의 검사결과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상황. 머릿속이 말 그대로 하얘졌다.

“그때 분명히 마스크는 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고, 좀 떨어져 한두 마디를 나눴고….” 그날의 상황을 무한반복 모드로 복기했다. “그래 별일 없을 거야”를 되뇌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공포와 불안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 지난 2월 초부터 벌써 7개월째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왔지만 ‘뭐 조금만 조심하면’ ‘설마 내가’라는 마음이었던 게 사실. 처음 맞닥뜨린 코로나19 감염의 공포는 이런 안일함을 산산조각냈다. 코로나19는 어느덧 바로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의 공포는 감염병 특성상 결코 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공포의 파문은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당장 3일이나 함께 지낸 가족이 먼저 감염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방을 따로 써야 하나 등 오만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부질없이 체온계를 들고 정상인 체온만 수시로 재면서 불안함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가장 난감했던 건 그날 이후 만나거나 스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을 때다. 밀접접촉자가 확진돼 내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감염공포에 떨며 검사를 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그들 중 누군가가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민폐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제공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끝도 없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도 몰랐으니까”라는 말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공포였다.

다음날 오후 보건소로부터 음성결과 통보를 받았다는 밀접접촉자의 연락을 받고야 겨우 하루 동안의 불안과 공포의 상황이 해제됐다. 그러나 실제 확진자나 밀접접촉자들은 얼마나 더 큰 고통의 시간을 보낼지를 생각해보니 숨이 턱 막혀왔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우리 주변을 배회하며 위협할 공포다.

코로나19와 전쟁은 장기전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이야기한다. 극복의 길이 아니라 공존의 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저서 ‘신종바이러스의 습격’에서 “바이러스 전쟁에서 인간이 완벽하게 이기는 길은 없다”며 “인간이 바이러스에 이기는 유일한 길은 언제 있을지 모를 공격에 대비를 잘해 피해를 최소화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창살 없는 감옥생활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피로도가 높다는 점이다. 가정에선 학교에 가지 못해 게임에 빠진 아이들과 부모가 갈등을 겪는다. 사회에서는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의료파업 등 집단들이 충돌한다.

이 장기전에서 끝내 승리하려면 ‘나’보다는 ‘타인’과 ‘우리’를 앞세우고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피로도를 낮추며 오래 버틸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원치 않게 코로나19에 걸려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확진자들에게 비난보다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따뜻함을 잃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당신이 어느 날 코로나에 걸린다면[송정렬의 Echo]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머투맨 the 유튜브가이드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