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부작용" 임상 중단, 국내 백신공급 차질 빚나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8.24/뉴스1

"우리나라에는 백신 생산능력이 있는 아주 믿을만한 회사가 있다.”


지난달 2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수급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하는 백신을 위탁생산(CMO) 방식으로 소화하는 회사가 한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글로벌 백신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만큼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뜻이 내포돼 있었다.

정부의 이런 백신 수급계획이 수정될 위기에 놓였다. 긴밀한 관계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이 돌연 중단돼서다. 정부의 백신 수급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포드대학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 ‘AZD1222’이 임상 3상에서 임상 참가자에게 부작용을 나타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영국에서 자원한 한 시험참가자로부터 부작용인 '횡단척수염'(transverse myelitis)이 나타난 것이 임상 중단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횡단척수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척추에 생기는 염증성 증후군이다.

아스트라제네카-KOTRA-바이오협회 간의 '바이오헬스 산업 협력 의향서 체결식'에 참석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5일(현지시간) 스웨덴 아스트라제네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생산계획 차질...국내 수급 '경고등'‘AZD1222’의 생산계약을 맺은 백신 생산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물질에 성공하면 경북 안동의 백신공장 L하우스에서 생산할 계획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직까지 변경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 중단 관련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며 "임상 진행 단계별로 계약금을 받고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별 다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개발 백신이 최종 중단될 경우 빚어질 국내 백신 수급 문제다. 우리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SK바이오사이언스와 공급계약을 맺을 때 국내 보급을 조건으로 한 협력의향서(LOI)를 함께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면 국내 소비용 백신으로 우선 공급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백신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중단으로 이같은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국내 백신 수급계획은 백신 공동구매를 통한 확보와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백신기업과의 선점 등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달 21일엔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이하 ‘범정부지원위원회’)에서 국제백신공급협의체(COVAX Facility)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직접 계약이 조기 물량확보 측면에서 보다 유리해 이 부분에 더 공을 들여왔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3상 중단 내용을 우선 파악한뒤 향후 대응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임상 3상을 일시중단한 구체적인 사유, 원인, 심각성 부분 등을 파악 중"이라며 "파악한 후에 제조참여 계획에 대한 부분들을 같이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