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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진 미국, 그들의 호시절[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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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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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0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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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불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사진=[서울=뉴시스]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불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사진=[서울=뉴시스]
미국이 갈라졌다. 세기의 이벤트로 4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 때문만이 아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유색인(흑인 포함)과 백인, 부자와 빈자 등 균열은 끝이 없다.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린 채로 ‘숨을 쉴 수 없다’고 알아듣기조차 어려운 몇마디를 내뱉은뒤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흑인시위가 연일 격화되고 있다. 자신의 아이들 앞에서 백인 경찰의 총격에 쓰러져 다리를 못 쓰게 된 제이컵 블레이크, 경찰 체포 과정에서 숨진 대니얼 프루드의 ‘복면(진압용 두건) 질식사’ 등의 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부르댄다. 블레이크 사건이 일어난 작은 도시 커노샤를 찾아가선 블레이크 가족을 위로하기보다 경찰을 추겨대기에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지켜보던 일부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국기를 들었고 다른 일부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고 야유했다.

미국에서는 2020년과 52년전인 1968년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68년 전 세계적으로 약 400만 명의 희생자를 낸 홍콩 독감은 미국을 강타했고 베트남 전쟁 반전 시위와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4월 4일)을 계기로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현재의 미국은 코로나19(COVID-19)가 창궐해 통제불능의 상태고 흑인 시위는 전국적으로 퍼져가고 있다. 그리고 그해와 올해는 꼭 같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물론 다른 것도 있다. 1968년에는 80여일간 대통령 선거 유세(정확히는 민주당의 후보자 경선)에 나섰던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하 케네디)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가 없다. 단지 케네디를 ‘평생의 정치적 우상 단 한명을 꼽는다면 바로 그다’라고 회고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있는 정도다.

법무장관과 상원의원을 한차례 지낸 케네디는 친형인 존 F 케네디 대통령(1963년 암살)의 후광에 기대는 정도였지만 스스로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국가가 도덕적 위기에 처했을 때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보여줬다. ‘모든걸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상대후보들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이미지 정치에 매달릴 때 그는 형도 관여된 베트남전 참전 과정의 정책 결정 참여를 사죄했다.

“득표에 도움 될 게 없다”는 참모들의 만류에도 미시시피주 빈민가의 굶주리는 흑인 어린이들, 코네티컷주 파인리지 인디언 보호구역의 어린이와 주민을 만나기 위해 달려갔다. 캘리포니아 농장의 노동자들을 만나러 간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곳에서 그는 “몇년뒤 이곳에 새집이 생길 것”이라고 약속했고 몇명은 방학을 이용해 오라며 자신의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백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부자는 더 부유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최근 발간된 책 ‘라스트 캠페인’(서스턴 클라크 지음)에 실린 내용들이다.

케네디는 본래 욱하는 성격이었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잔인하게 행동할 때도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만 훌륭한 사람만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친다’는 소포클레스의 희곡 ‘안티고네’ 속 구절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잘못을 인정하며 고치려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미국은 물론이고 각국의 정치인와 지도자들 중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잘못을 덮기 위한 거짓과 억지를 고집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1968년 6월 케네디는 80여일의 선거 운동을 마지막 캠페인으로 남기고 형처럼 총탄에 쓰러졌다. 케네디(RFK)와 킹(MLK)의 정치적 동지로 올해 7월19일 세상을 떠난 고 존 루이스 하원의원은 그들(RFK와 MLK)이 있었다면 세상은 나아졌을 것이라는 말을 되뇌이곤 했다.

어린 시절 즐겨봤던 미국 드라마 ‘The Wonder years’(한국명 ‘케빈은 12살’)가 있었다. 직역하면 ‘찬란한 날들’(호시절) 쯤 될까. 1970 ~ 80년대 배경 쯤으로 보이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다닌 학교는 마침 ‘로버트 케네디 스쿨’이었다. 백인 또는 극히 일부에게만 찬란한 날들이 열릴 선거로 마무리될까, 미국인과 세계인들이 수긍할 만한 결과로 다가올까. 케네디가 킹 목사의 죽음을 알리는 연설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함께 살기를 원하고 삶의 질을 높이길 원하며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정의를 누리기를 원합니다’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문화부장 겸 국제부장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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