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보다 기술·비즈니스모델에 주목해야"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박사가 10일 서울 강남구 플레시먼힐러드 회의실에서 열린 비즈니스모델연구단 모임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비즈니스모델연구단

국내에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해외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최근 빠르게 상승한 주가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모델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주가가 왜 높아졌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플레시먼힐러드 회의실에서 열린 비즈니스모델연구단 모임에서는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박사는 "기초학문 연구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최첨단 기술이 있지만, 이러한 기술 중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건 극히 일부"라며 "기술 혁신을 이뤄 시장을 장악했던 기업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대표적 사례로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꼽았다. 두 기업은 휴대폰 시장에서 강자였지만 지속적인 혁신에 실패하며 삼성, 애플에 시장을 내줬다. 또 다른 예로 인화지 사업 일인자였던 코닥의 경우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반면, 경쟁자였던 후지필름은 화장품, 헬스 등으로 비즈니스를 다각화해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송 박사는 "15년 전만 해도 GE, 엑슨모빌 등이 장악했던 시장은 현재 애플, 아마존 등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며 "기술은 이론상 비즈니스모델의 구성 요소에 포함되지 않지만 각 요소의 바탕이 돼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들은 현재 트렌드인 AI(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주목해야 하고, 신규 진입자가 어떤 기술을 내놓을 것인지 관심을 가져야 하며, 신규 기술로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의 경우 토요타처럼 자동차 관련 모든 분야의 기술을 다 갖춘 회사도 아니고 자동차 매출로는 순위권에도 들지 않지만 가장 주가 높은 자동차 회사가 됐다"며 "미래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또한 전통적인 자동차 사업 이외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파는 등 환경 사업을 병행한 점 등이 주목받는 것으로, (국내 기업들도) 전통적인 제조업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환경 등의 분야로 비즈니스모델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추현호 한국산업지능화협회 박사도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탄생'이라는 책의 저자 알렉산더 오스터 박사가 한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위해 노력하지만 비즈니스모델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며 비즈니스모델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대한 비즈니스모델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노은정 동국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에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이 꼭 필요하고 앞으로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다"며 "국내 기술은 인터페이스가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점이 큰 강점으로, 디지털화에서 심각하게 소외된 노인 계층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 교수는 "플랫폼인 네이버나 카카오가 노인 치매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노래방 콘텐츠나 유머, 스토리를 들려주는 전자책 콘텐츠 회사와 결합해 사업을 확장하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채규하 공정거래위원회 전 사무처장은 비즈니스모델 개발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을 짚었다.

채 전 사무처장은 "비즈니스모델은 결국 공급자 관점에서는 돈을 어떻게 벌 수 있는지에 대한 것으로, 소비자 관점에서의 개인정보 문제, 표시 광고 문제, 약관 문제 등 제약이 될 수 있는 규제와 법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규제의 제약 없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관점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고 규제나 법이 늦게 따라온다면 제도 자체를 어떤 식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