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가진단 쓸데없다" 학생 1명이 10명분 돌아가며 '꼼수 체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교육부가 실시하고 있는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 지난 질문에 기계적으로 '아니오'를 누르거나 심지어 '자가진단팀'을 짜서 돌아가며 서로의 자가진단을 해주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가진단팀 구해요…10명씩 팀 짜서 돌아가면서 자가진단"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우리 학교 자가진단 때문에 뒤집어졌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작성자는 "자가진단이 출석 비슷한 거라 등교 시간 전에 해야 한다"며 "자가진단 늦게 하면 선생님한테 전화 오고 혼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학생들이 팀을 짜서 돌아가며 자가진단을 해주는 '꼼수'를 쓴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명 가까운 애들이 10명씩 팀을 짜서 돌아가면서 한명이 일찍 일어나서 자기 팀 10명 꺼 다 하고 다음날은 또 다른 애가 혼자 일찍 일어나서 10명 꺼 다 한다"며 "결론적으로 10일에 한 번 정도만 일찍 일어나면 된다"고 적었다.

이어 이들이 페이스북 등 SNS에 "자가진단팀 구한다", "몇 자리 빈다"며 글을 올리고 '자가진단팀'을 꾸린다고 설명했다. 자가진단 문항에 답하기 위해서는 이름, 학교, 생년월일과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자, 다른 학생들은 이 같은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애초에 저 의미 없는 자가진단 왜 하는지도 모르겠다", "잘못된 건 맞는데 자가진단 쓸데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애초에 학생들이 자가진단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해외여행 여부' 묻는 자가진단…기계적으로 '아니오'

/사진=교육부 홈페이지

실제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육부가 실시하고 있는 자가진단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매일 똑같은 질문에 기계적으로 '아니오'를 누르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5월20일 학교 방역을 강화할 목적으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을 도입했다. 현재 자가진단은 총 5가지 질문으로 이뤄져있다. △발열 여부 △의심증상 여부 △학생의 최근 14일 이내 해외여행 여부 △동거가족의 최근 14일 이내 해외여행 여부 △동거가족의 자가격리 여부 등이다.

특히 전체 5개 문항 중 2개 문항을 차지하는 해외여행 관련 질문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가 전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4월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하도록 규정한 상태다.

상황에 맞게 질문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4개월간 수정된 부분은 의심증상 항목 중 '설사·메스꺼움'을 제외하고 '오한·근육통·두통'을 추가한 것이 전부다. 학부모인 이모씨(38)는 "아침마다 이걸 왜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예를 들어 동거가족의 광화문 집회 참석 여부를 묻는다던가, 확진자 동선과 겹치는 게 있는지 등 최근 상황을 반영한 질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