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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 줄 서는 은행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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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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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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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은행에 대한 빅테크의 공습’은 이제 ‘빅테크에 대한 은행의 줄서기’로 다시 정리돼야 할 것 같다. 하나·씨티·SC제일·BNK경남·부산은행 등 5곳이 카카오페이에 대출상품을 노출해 온 데 이어 지난 11일 우리은행이 가세했다. 카카오톡·카카오페이에 우리은행 대출상품을 진열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하기 위해 은행들은 카카오페이를 ‘대출모집인’으로 등록했다. 대출모집인 한 사람(기업도 포함)은 한 개의 금융기관 대출만 알선할 수 있는 ‘일사전속’ 규제가 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 특례를 인정받았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금융사들의 대출을 알선할 수록 이익이 된다. 그래서 하나둘씩 은행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 플랫폼에서 ‘열외’ 되는 게 손해다. 이왕 판이 이렇게 짜였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확고히 자리를 잡는 게 ‘이기는 게임’이다. 우리은행이 단순히 대출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객 맞춤 디지털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카카오페이와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도 이런 상황 논리에 근거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빅5’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 NH농협은행이 카카오페이호(號) 승선 대기 중이다. 빅테크들의 금융 플랫폼에서 1금융권은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지만 옛 말이 됐다.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의 힘은 시장참여자들의 예상보다 강하고 속도는 빠르다. 지금은 플랫폼기업들의 독식을 비판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플랫폼으로의 종속’ 경쟁에서 뒤지기보다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플랫폼 블랙홀에 빨려들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플랫폼이 사실상의 은행이고 기존 은행들은 현금지급기로 전락할 게 뻔해서다. 초저금리에 예대마진이 형편 없어졌음에도 빅테크들에 수수료를 떼인다. 카카오페이만 해도 은행들은 대출액의 0.1~0.2%를 수수료로 지급한다. 카카오페이의 월 평균 대출 취급액은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들의 줄서기 경쟁으로 봐선 2000억원, 3000억원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이 같은 시장 질서의 재편은 빅테크들이 주장해 온 ‘소비자 편의’에만 기대서 볼 일이 아니다. 마치 소비자가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실상 중심은 플랫폼이다. 소비자와 공급자는 그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 소비자와 공급자는 대체 가능하지만 플랫폼은 대체가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깝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손해보험사들을 상대로 두 자리 수 수수료를 요구했던 건 이 같은 환경에서 비롯된 자신감의 표현이다.

플랫폼 하나로 거둬들이는 ‘통행세’ 수수료는 애교다. 정말로 경계해야 하는 건 이들이 만들어갈 금융권력과 시장 교란 가능성이다. 플랫폼에 벌써 종속돼버린 언론사들로부터 푼돈에 뉴스를 사서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여론을 만들어가는 행태는 변형과 가공을 거쳐 금융회사에 적용할 것이다.

은행마다 수수료율이 제각각이겠지만 뉴스를 배열하듯 대출 상품 진열을 AI(인공지능)에 맡긴다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국내 최대 포털 부사장 이력의 정치인마저 포털 말을 믿지 않고 뉴스 배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포털을 불러 들이려 하지 않았던가.

해외 빅테크들의 공습에 대비해 토종들을 키운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토종들의 횡포 가능성을 방치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특혜에 가까운 기회를 줬으면 그에 부합하는 규제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카카오에 줄 서는 은행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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