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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무너진 세상…재테크가 소용 없는 시대에 할 일[줄리아 투자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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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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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지난 12일 ‘집 사는데 ‘30/30/3’ 규칙…바보 같은 조언이지만 들어보세요’란 글을 올린 뒤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한국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글이란 지적이었습니다.

‘30/30/3’ 규칙이란 미국에서 활동하는 재테크 전문가 샘 고겐의 조언으로 주택 관련 대출에 매월 나가는 원리금이 월소득의 30%를 넘어선 안 되며 집을 살 때 집값의 30%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며 집값이 연봉의 3배가 넘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고겐은 다만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집값이 많이 오른 만큼 집값이 연봉의 5배까지는 돼도 괜찮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30/30/5’ 규칙인 셈입니다. 아울러 이 3가지 규칙을 다 지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한가지는 지키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난은 가격이 연봉의 5배 수준인 집이 한국 도시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집중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달나라에서 왔냐” “소설 같은 기사” “2020년에 본 기사 중 제일 말도 안 되는 기사” “서울에서는 집 사지 말라는 얘기”라고 지적해주셨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집 살 때 재정능력을 점검할 기준은 필요하다


솔직히 저도 이 ‘30/30/3’ 규칙이라는 것을 접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연봉이 1억원이 되는 가구도 많지 않을뿐더러 연봉이 1억원이 돼도 5억원 이하의 집을 사라니, 도대체 서울에 그런 집이 얼마나 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30/30/3’ 규칙을 소개한 이유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집을 살 때 자신의 재정 능력을 점검하는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이 조언은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는 사람들이 승자가 되는 집값 폭등의 시대에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을 구매할 때 자신의 재정 상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런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한 겁니다.

사실 매월 대출 원리금이 월소득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은 오랫동안 재테크 상식처럼 통용돼 왔습니다. 실제로 ‘30/30/3’ 규칙, 집값 상승을 감안한 ‘30/30/5’ 규칙은 따져보면 상식적인 내용입니다.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집값이 연봉의 5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구소득이 1억원이고 5억원의 30%인 1억5000만원의 돈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3억5000만원을 빌려야 합니다.

이 경우 대출 금리가 연 2.5%이고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갚아나간다고 가정하면 매월 233만3762원씩 15년을 갚아야 합니다.

고겐이 말한 연봉은 세전소득입니다. 가구소득이 1억원이라면 부양가족수 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한 연간 실질소득은 약 8000만원, 월 실질소득은 658만원 정도가 됩니다.

월 658만원에서 233만원씩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 425만원이 남습니다. 425만원으로 식비와 관리비, 통신비, 교통비, 자녀가 있다면 교육 등 각종 양육비 등을 지출해야 합니다. 노후 대비를 위해 개인연금 등 저축도 해야 합니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주댐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강화된 2019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주댐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강화된 2019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30/30/5' 규칙은 규제와 부합하는 상식적인 내용이다


물론 대출금 상환기간을 30년으로 길게 가져가면 대출금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선 5억원짜리 집을 살 때 주택 관련 대출을 3억5000만원 이상으로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선 불가능합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때문입니다.

국내 비규제지역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의 LTV는 70%로 5억원의 집을 살 경우 3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LTV는 조정대상지역에선 50%,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40%로 낮아집니다. 서울에선 5억원짜리 집을 살 때 최대 2억원까지밖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나머지는 신용대출을 받아야만 하는데 이 역시 연봉 등에 따라 대출한도가 제한됩니다.

결국 ‘30/30/5’ 규칙은 국내에선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규정이 없다고 해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도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하려면 ‘30/30/5’ 규칙은 상식적인 조언입니다.

‘30/30/5’ 규칙이 비난 받는 이유는 결국 국내 부동산 시장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재테크 상식이 적용되지 않게 되어 버린 겁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행운에 속지 마라…그래도 상식을 지키는게 안전하다


저는 국내 아파트값 폭등과 여러 자산시장의 변동을 지켜보면서 결국 재테크란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재테크 방법이라도 시대에 따라, 장소에 따라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 생각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똑똑해서 재테크에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블랙스완’이란 책으로 유명한 나심 니콜라스 탈렙도 재테크로 누가 돈을 번 것은 그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남에 집을 산 사람들이 강남의 미래를 잘 예측해서 대박을 맞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강남 집값이 오른 상태에서 10년 전에 강남 아파트를 샀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하지만 10년 전 시점에서 보면 강남 집값은 오를 요인도, 떨어질 요인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강남 집값이 오른 현재를 경험하고 있지만 어쩌면 무슨 일 때문에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래는 온통 불확실합니다. 지금까지는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이 승자였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계속 승자일 수도 있지만 패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재테크 조언도 이런 점에서 허무합니다. 상식적인 조언이 통하지 않을 때가 무수히 많으니까요

그러니 탈렙의 또 다른 책 제목처럼 다른 사람들의 “행운에 속지 마라”는 겁니다. 그 행운에 속아 따라했다가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각자의 살 길이 있습니다. 재테크를 열심히 한다고 돈을 버는 것도, 열심히 안 한다고 돈을 못 모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버는 돈보다 적게 쓰며 무리하게 빚 내지 않고 분수에 맞게 사는 상식적인 삶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있는 자리에서 감사하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래도 상식을 지키며 살길 바랍니다. 상식이 틀린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상식이 돌아올 때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상식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희망 없는 세상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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