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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펀드, 나쁜 펀드, 이상한 펀드[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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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5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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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을 말하고 서쪽을 친다. 의도는 숨기고 명분을 강조한다. 간단명료하게 만들기보다 복잡하고 현란하게 꼰다. 현상을 쫓게 해 본질을 놓치게 한다. 작업의 정석이다. 성패를 가르는 관건은 작명이다. 포장의 기술을 잘 구사해야 한다. 고소득자 증세를 명예과세라고 명명하거나 최저임금 보조금을 일자리안정자금이라 칭하는 식이다.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고전적인 테크닉이다. 이름을 카피하는 것이다. 당연히 명실상부와 거리가 멀다. 명칭에 대한 시비가 있을 수 있으니 ‘한국판’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자주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한국판 양적완화’가 한 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을 본 땄지만 목적과 성격은 달랐다.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넣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을 뿐이다.

이쯤 되면 ‘한국판 뉴딜’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할 것이다. 다른 버전의 ‘한국판 뉴딜’도 존재했다. 참여정부가 2004년 ‘건설경기 부양’에 ‘디지털 뉴딜’을 곁들여 ‘한국판 뉴딜’이란 명칭을 쓰려다 접은 적이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4대강 사업을 ‘한국판 뉴딜’이라 불렀다. 역대 정부의 대의는 거역하기 어려울 만큼 숭고했다. 경기회복, 일자리 창출, 지역개발 혹은 균형발전 등을 반대하면 역적이다. 문재인정부의 ‘한국판 뉴딜’도 마찬가지다. 열거한 것은 기본으로 깔렸다. 부동산에 쏠린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으로 쓰겠다는 훌륭한 기치를 더했다.

16년 전 ‘한국판 뉴딜’은 역사를 까먹으면 안 되는 이유를 깨닫게 한다. 국민연금 등을 동원해 공공투자를 하되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해 논란이 됐다. ‘국민연금=펀드’, ‘공공투자=뉴딜’로 바꾸면 뉴딜펀드다. 게다가 뉴딜펀드에 연기금 돈도 들어간다. 지나고 나서 보면 뉴딜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넣는 건 연기금,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일 것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국민연금 공공투자’가 뉴딜펀드로 둔갑한 것이다. 국민연금을 직접 꺼내 쓰는 데 대한 저항을 피하기 위해 3개의 펀드(정책형 뉴딜펀드, 뉴딜인프라펀드, 민간뉴딜펀드)라는 장치를 만들었을 뿐이다. 속셈은 같다. 국가부채를 늘린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민간 돈을 댕겨 국책사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없는 살림에 다 나라 잘 되게 하려고 하는 것’이 기획자인 당정의 충정일 것이다. 그러니 원금보장에다 ‘3% + α’의 수익률을 제시해 자본시장법 위반을 도모했다고 해도 개의할 필요가 없다. 경제 부총리와 금융위원장 등 악역을 맡은 관료들에 대한 비난은 관심을 달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돌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나마 눈 밝은 이들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혹은 수익을 내서는 안 되는 공공사업이 곧 ‘뉴딜’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그런 사업이 국채수익률(1.5%)보다 2배 가량 많은 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것도 눈치 챘다. 이는 자칫 생색은 현 정부가 내고 빚잔치는 다음 정부가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금을 더 거두거나 나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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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더 내야 한다. 납세자인 국민이 짊어질 짐이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는 예정된 미래다.

뉴딜펀드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주시해야 하는 것은 ‘궁극적 수혜자’다. ‘누가 떼돈을 버는가’를 살펴야 한다. 정부·산업은행 등의 돈이 들어가는 펀드는 기업의 구주,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산다. 국민연금에다 퇴직연금까지 투입하는 또 다른 펀드는 민자사업을 맡은 기업의 채권을 담는다. 투자분야는 스마트시티와 스마트물류, 태양광·풍력·수소차 인프라 등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위주다. 통칭해서 ‘스마트토건’이다.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돈부터 끌어들이는 방식(블라인드펀드)도 쓴다. 당정에 대한 의심은 이런 지점에서 나온다. 뉴딜펀드가 누군가의 이권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정부 돈(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연기금 돈과 퇴직연금, 은행 돈(예금), 보험사 돈(보험료)으로 채운다. 모두 국민 돈이다. 그런 까닭에 아직 실체가 뚜렷하지 않아 낯설고 ‘이상한 펀드’가 ‘나쁜 펀드’가 아니고, ‘좋은 펀드’가 되길 바란다. 진심이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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