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독감 무료접종' 카드 꺼낸 野…"백신 물량 확보해야"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에 독감 예방 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사진=뉴스1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안이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여당이 코로나19(COVID-19) 경제위기 지원책으로 내놓은 '만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이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국민의힘은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안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주장하고 나섰다.

'통신비 2만원' 때리는 野,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카드 꺼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9일 총 7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4차 추경에 약 9300억원의 예산으로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야당은 이 방안이 나온 후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소상공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중점을 둔 추경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나라 빚이 무려 847조원에 이르고 올해 추경만 네 번째다"며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용돈에 가까운 2만원으로 통신비 보조에 쓴다는 것이 정말 나라 재정을 걱정하고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접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뿌리며 지지율을 관리할 때가 아니다"며 "청년을 살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생계비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전 국민 독감 무료 백신 접종이 더 시급한 민생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금 통신비 이런 데 돈을 쓸 것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도 독감 무료 접종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정부·여당 "독감 백신 물량 확보 어려워" vs 국민의힘 "안이한 대응"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과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사진=뉴시스

정부·여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접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전 국민 독감 백신 주장이 무책임하다며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3차 추경에서 확정된 대로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을 62세 이상과 중고생을 포함한 18세 미만으로 확대했다"며 "일부 수출 물량이 있지만 이미 베트남, 태국, 유니세프 등과 계약이 완료된 상태로 이 물량을 내국용으로 확보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내고 "만약 국민의힘 주장대로 예산을 투입해 당장 백신을 추가 생산하더라도 5~6개월이나 걸리기에 내년 1월에나 접종이 가능한데 이미 독감 유행시기가 지난 시점"이라며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이 달라지니 남은 물량을 쓸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통신비 2만원 지원 논의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독감예방은 이미 2000만명 가까운 무료접종 예산이 편성돼 있다. 국제적인 방역가이드라인에 어린이, 고령자 등 고위험군을 우선 접종해야 한는 권고가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확보된 물량이 3000만명 분인데, 금방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상당히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정부·여당의 반박에 '직무유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세포배양 방식으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정부에서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독감과 코로나19는 증상이 비슷하다. 정부에서 충분히 세심하게 살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도 "세포배양 방식으로 독감 백신을 만들면 2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국민이 백신을 안 맞으면 의료 대란이 있을 수 있어서 백신을 확보해 전 국민이 백신을 맞는 게 맞다고 본다"며 "코로나19를 빨리 종식시키는 게 국가의 최우선 과제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전 국민 백신 무료 접종을 우리가 제시했으니, 정부가 이에 대해 신속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경 심사 과정에서 그 문제를 심도있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확보된 독감 백신 물량이 3000만명분인데, 그중 1900만명분이 무료접종분이라고 한다. 전 국민 무료 접종이 불가하다면 나머지 1100만명분을 만 18세 이상~61세 이하 취약계층에 무료로 접종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아니더라도 '통신비 2만원' 예산을 국민 일상에 보다 도움이 되는 부분에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기세, 가스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