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오는 손님이 없는데…점포 문 마음대로 못닫는 은행들

머니투데이
  • 김지산 기자
  • 이학렬 기자
  • 박광범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7,505
  • 2020.09.17 05:30
  • 글자크기조절
  • 댓글···

[MT리포트]은행점포 폐쇄의 정치학(上)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의 점포폐쇄가 올스톱됐다. 은행은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돈 안 되는 점포를 줄이려고 한다. 반면 정치인들은 지역구 민심을, 노조는 일자리 감소를, 당국은 고령층의 불편을 염두에 두고 이를 막는다. 은행 점포폐쇄가 경제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 됐다.


"점포 폐쇄도 맘대로 못하나" 은행들 '멘붕'


한 시중은행 창구(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한 시중은행 창구(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금융위원회가 은행 점포를 폐쇄할 때 외부인이 참여하도록 한 것에 대해 은행들이 강력 반발한다. 정치인, 시민단체 인사 등 어떤 ‘외부인’이 들어올지 몰라 불안하기 때문이다.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경우 은행의 의사결정이 외부인에 의해 휘둘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에서 점포 폐쇄시 외부 전문가를 평가 절차에 참여하도록 제도화 하겠다고 했다. 은행들은 출신을 막론하고 일단 외부인이 개입하는 순간 폐쇄 대상 지역의 영업전략과 행태, 실적, 고객 데이터 등 영업기밀 사항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이런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는 것도 우려한다.

보다 더 큰 이유도 있다. 정치권 내지 공공기관, 시민단체 인사 등이 외부전문가로 들어 오는 것이다. 이 경우 경제논리는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노인 고객 편의, 일자리 축소 등 우려는 이해가 가지만 기타 외적인 요소들이 개입했을 때는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점포 폐쇄에 신중하라는 금융당국 주문이 아니어도 이미 외부로부터 받는 크고 작은 압력이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KB국민은행 도봉지점 폐쇄다. 도봉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KB국민은행이 점포를 문 닫기로 하자 당시 김남일 KB국민은행 부행장을 불러 주민피해 최소화를 주문했다. 은행측은 폐쇄 지점 인근에 현금자동입출금기 등을 구비한 자동화코너를 별도 설치하고 대체부지를 마련해 도봉동 통합지점 개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할 수 밖에 없었다.

앞서 2017년 신한은행이 도봉지점 통폐합에 나설 때도 김 의원이 나서 출장소 존치 결정을 받아냈다. 일련의 내용은 지역신문들에 큼지막하게 보도됐다. 김 의원의 정치적 ‘치적’이 된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지역에서 벌어지는 점포통폐합 문제는 그 치열함이 상상을 뛰어 넘는다. 농협은행이나 수협은행처럼 농어촌에 기반을 둔 곳들이 그렇다. 시군 금고를 운영하는 점포가 많아 지자체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지역 조합원이 자산인 대의원들도 통폐합을 용납하지 않는다. 익명의 한 은행 관계자는 “서울이면 차라리 폐쇄가 용이한 데 하루하루 손실이 눈에 보이는 지역이라고 해도 손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 통폐합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은행 노사, 금융당국, 지역민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유권자의 표를 생명으로 한 정치권까지 얽혀있다. 은행 점포 구조조정이 단순히 경영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단지 지역정치의 범위에 머물지 않는다. 은행점포 폐쇄는 중앙당 차원에서도 개입하는 전국적 사안이다.

2017년 7월 한국씨티은행의 지점 통폐합 사건이 단적인 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때 133개 점포를 32개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여당이 들고 일어났다. 박용진·이용득 등 당시 민주당 의원 12명이 금융산업노동조합 등과 함께 저지에 나섰다. 씨티은행은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하고 43개로 통폐합하는 데 그쳐야 했다.

김지산 기자



금융당국, "점포폐쇄, 외부전문가가 판단하게 하라"


민간은행들이 사람을 마음대로 뽑지 못하게 된 데 이어 지점도 마음대로 닫지 못 한다. 전문가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외부인이 채용절차에 참여한 데 이어 금융당국이 영업점 폐쇄 절차에도 외부인이 참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은행권 자율규제인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 개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빠르면 올해말 개정이 끝난다. 개정안에는 지점폐쇄 영향평가 절차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긴다.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의 후속조치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건 지점폐쇄 영향평가가 은행 내부 직원들만의 ‘형식적인 절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당국은 은행 지점을 폐쇄하면 고령층의 금융이용이 불편해지는 만큼 지점폐쇄 영향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지점폐쇄 영향평가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면 은행 경영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017년 ‘은행권 점포 통폐합 관련 행정지도’ 당시에도 기간을 6개월로 짧게 한 것도 지점 통폐합이 사기업인 은행 경영활동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점 하나를 없애기 위해선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폐쇄 절차에 외부인이 참여하면 지점을 더욱 없애기 어렵다. 일부에선 외부인을 통해 은행 채널 전략이나 영업기밀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미 은행들은 신입직원 채용에 외부인이 개입하면서 자율성을 침해 받았다. 2018년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었는데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채용절차에 외부 전문가나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적용된 기준을 민간 기업에 적용하면서 논란이 컸지만 특혜 채용 의혹으로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면접관의 일부를 외부 전문가로 채웠다.

부작용은 바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자신들의 기업문화와 인재상에 딱 맞는 인재를 뽑지 못했다. 시중은행이 신입직원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원 채용을 늘리는 추세도 마음대로 신입직원을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외부 전문가가 지점폐쇄 절차에 참여하는 게 요식행위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 지점폐쇄를 막는 규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비밀을 외부 전문가에게 공개하라는 게 아니라 지점폐쇄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참고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금융당국이 점포폐쇄 막는 이유? "어르신들 어쩌라고"


오는 손님이 없는데…점포 문 마음대로 못닫는 은행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점포폐쇄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건 '고령층 보호'를 위해서다. 고령층의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 비중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타 연령층에 비해선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본다.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이체/출금 온라인 거래비중은 2016년 28.9%에서 올해 3월 69.9%까지 증가했다. 전체 연령 평균 74.4%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단순 이체 등과 달리 예금 가입이나 대출 신청 등 절차가 다소 복잡한 거래의 경우 여전히 온라인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예금과 신용대출 온라인 거래비중은 각각 7%, 12.4%에 불과했다. 전체연령 평균(47.1%, 58.8%)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점포 문을 닫으면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 취약계층이 당장 금융거래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물론 정부도 금융권의 디지털화에 따른 은행 점포수 감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충격완화를 위해 그 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주문이다. 급격한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우체국과 같은 대체점포 마련 등 당국이 할 수 있는 일도 알아보고 있다.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 추진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은행이 급격하게 점포를 폐쇄해 아직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고령층의 디지털금융 이용률을 높이는 동안 점포 폐쇄의 '속도조절'을 통해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디지털전환을 방해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점포폐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와도 직결된다. 점포 폐쇄에 따른 잉여인력 인사 과정에서 자칫 '일자리정부'를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다.

한국씨티은행이 2017년 7월 점포수를 기존 133곳에서 32곳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을 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들고 일어선 것도 결국 일자리 때문이다. 당시 박용진·이용득 등 당시 민주당 의원 12명은 금융산업노동조합 등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씨티은행의 점포 폐쇄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중심 정책에 전면 역행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의 점포 폐쇄 흐름의) 방향은 공감하나 일자리 문제도 있어 급격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속도의 문제가 아닐까 싶고 일자리 문제 등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점포폐쇄에 따른 급격한 일자리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없어지는 점포 인력을 최근 강화하고 있는 디지털이나 WM(자산관리) 쪽으로 보내 금융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사례에서도 점포 폐쇄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진 않았다. 씨티은행은 2016년 말 133개였던 점포를 올해 6월 말 현재 43개로 줄였지만, 같은 기간 총직원수는 3544명에서 3498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과 정치권의 우려와는 달리 인력 재배치로 디지털과 WM과 IB 부문 등 핵심성장부문을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동학개미군단' 봉기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