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고심' 재난지원 현금 100달러 중 40달러만 썼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브래디룸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더 큰 금액을 선택하라"며 5차 경기부양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지출 규모를 두고 양당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대선(11월 3일) 전 협상이 타결될 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공화당, 더 큰 금액을 선택하라. 결국 모든 것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고 썼다.


이 트윗에 대해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당이 지난주 투표한 법안에 두번째 코로나 (현금) 지원금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적자를 우려해 씀씀이를 줄이려는 공화당이 최근 3000억달러(356조원)를 민주당 측에 제시한 걸 뒤집고 돈을 더 쓰라는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한 것이다. 대선이 40여일밖에 남지 않아 최대한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이 발의한 3000억달러 규모 추가 부양책은 지난 10일 상원 표결에서 찬성 52표, 반대 47표로 부결됐다. 상원 통과를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민주당 "현금지원 한번 더!"…트럼프 증액 발언에 합의 가능성↑
미 의회가 진행중인 코로나 추가 경기부양 법안 협상은 교착상태다.

민주당은 △2차 코로나 현금지원 △주정부·지방정부 재정지원 △특별 실업수당 내년까지 연장 등을 포함해 지출규모 2조2000억달러(2600조원)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지난주 제출한 안에 코로나 2차 현금지원과 주정부·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이 빠져 반대하고 있다. 이 공화당안에는 실업수당과 중소기업 지원책은 담겨 있었다.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양당 소속 50명의 의원들은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s Caucus)'라는 초당파 연합을 구성해 1조5000억달러(18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민주당 안에 들어간 항목별 지원규모를 약간씩 줄인 것이다.

민주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를 환영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야심있는 코로나19 관련 부양 계획에 고무됐다"며 "대통령 측 협상 대표가 법안의 중간지점에서 만나자고 얘기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증액 독촉에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CNBC에 "72일 동안보다 지난 72시간에 합의 가능성이 더 긍정적이 됐다"고 했다.

미국인에게 상반기 지급됐던 재난지원금(경기부양패키지 수표). 하단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름이 명기돼있다./사진=AFP

'뜨거운 감자' 실업수당, 실직 전 급여의 70%으로 맞춰
공화당의 부양안 중 가장 논란인 부분은 실업수당을 주당 600달러에서 200달러로 줄인 것이다. 그간 미국에선 주정부의 실업급여와 연방정부의 실업수당을 합하면 실직 전의 급여보다 많아져 근로 복귀를 지연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주정부 실업급여와 연방정부 실업수당이 실직 전 급여의 70% 수준으로 대체되도록 했다.

반면 민주당은 내년 1월까지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을 계속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이런 내용이 담긴 3조달러(3603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하원에서 처리했지만 상원을 주도하는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에 퇴짜를 맞았다.

미 연방정부가 전국의 실업자들에게 나눠주던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은 지난 7월말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가 300달러, 주정부가 100달러씩의 추가 실업수당을 계속 지급토록 했지만 주정부의 100달러는 지역 사정에 따라 없는 곳도 있다. 이 경우 추가 실업수당이 종전의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공화당 부양책에는 이밖에도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 코로나19 검사 역량 강화,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비용이 포함됐다. 또 각 학교의 가을학기 개강 지원을 위해 1050억달러가 추가됐다.

(하이얼리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속 플로리다주 하이얼리어의 존 F. 케네디 도서관 앞 도로에 실업수당을 받기위한 차량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AFP=뉴스1

무작정 현금 줬더니…실제 소비는 40% 그쳐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해 막대한 현금을 지급했지만, 소비진작 효과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달 3일(현지시간) 민간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8월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에게 지급된 현금의 40%가량만 실제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급받은 현금의 60% 가량은 저축하거나 대출을 갚는 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현금 지급은 지난 3월 말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통과시킨 2조2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에 포함된 것으로, 미국 성인에게 최대 1200달러(143만원)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미성년자에게는 500달러가 지급됐다. 자녀 2명이 있는 4인 가족 기준으로는, 3400달러(404만원)를 받은 셈이다.

경기부양 패키지의 첫 번째 목표가 소비진작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일회성 현금지급액이 커질수록, 가계지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일종의 수확체감이 작용하고 있다고도 보고서는 분석했다. 소비진작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정 지급액이 얼마인지가 관건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원 청문회에 마스크를 쓰고 출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경제학자들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유일한 대안"미 의회가 올해 3월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통과시킨 예산은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달러(약 3361조원)에 달한다.

미국이 내놓은 추가 부양책은 가뜩이나 빠듯한 재정상황에서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59%였으나 올해 4차례의 긴급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크게 나빠졌다. 지난 6월 미 연방정부 적자는 8640억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

그렇지만 이같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양책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 숀 로치는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세계 정부들이 내년까지 기업과 가계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대규모 경기부양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로치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활동까지 통제해야 하는 것을 감안할 때 부양책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학자들은 물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한 목소리로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월 16일 FOMC 회의에서 "여전히 수백만명이 실업상태이고, 소규모 사업체들은 고군분투하고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재정적으로 어렵다"며 "추가 부양책 부재는 매우 큰 하방 위험"이라고 말했다.

미국내 코로나19는 4월 1차 정점 후 하향세였으나 7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재확산 바람이 불어 2차 정점에 닿았다가 지금은 다소 가라앉았다. 현재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7월 중순의 6만5000명 선에서 3만7000명 선으로 상당히 낮아졌다.

하지만 18일(현지시간) 오후 10시 기준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9만7600여명으로 20만명에 육박한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668만여명이다. 미국의 베트남전 전사자는 5만8000여명, 1차 세계대전 전사자는 11만6000여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