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다' 여권 비판한 수사에 재시동거는 이성윤 검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진=뉴스1

이성윤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이 여권 인사들로부터 '선별적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던 사건들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단행된 중간간부·평검사 인사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과 관련된 사건,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 등을 재배당했다. 나 전 의원 사건의 경우 새로 사건을 맡게된 수사팀은 즉각 사건 파악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장모 사건' 돌연 재배당…검찰 내 신주류 인사가 맡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사진=뉴스1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배우자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등이 고소·고발된 사건을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 형사6부(부장검사 박순배)로 다시 배당했다. 최씨와 법적 분쟁 중인 정대택씨가 지난 2월 최씨와 김씨를 소송 사기죄 등 혐의로, 윤 총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이다.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사건을 맡게된 박순배 부장검사가 최근 검찰 내 주류로 주목받는 전남 순천고 출신이라는 점을 이유로 이 지검장이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두 차례 인사에서 순천고 출신은 검찰 내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채널A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전 검사장을 수사·지휘한 뒤 승진인사 발령난 정진웅 당시 중앙지검 형사1부장, 신성식 중앙지검 3차장검사 등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번 인사이동 이후 형사부 사건 및 업무부담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사건 재배당이 이뤄진 것"이라 선을 그었다. 사건배당지침 5조에 따르면 검찰청의 장은 검사에게 사건을 직접 배당할 수 있다.


나경원 자녀 의혹 사건, 재배당 직후 '고발인 재조사'

나경원 전 국회의원/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지난 15일에는 나경원 전 의원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 형사7부(부장검사 이병석)으로 재배당했다.

새로 사건을 맡게 된 수사팀은 신속한 사건파악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는 18일 오후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안 소장은 "(재배당이 되기 전) 이미 네 차례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면서 "이례적이고 힘들지만 검찰이 수사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생각하고 출석할 예정"이라 밝혔다.

민생경제연구소와 사립학교개혁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열 차례에 걸쳐 나 전 의원을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자녀의 입시·성적 비리를 비롯해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유화 및 부당특혜 △홍신학원 사학비리 의혹 등이 포함됐다.

'선별적 수사' 비판 받아온 사건들…수사에 속도낼까그간 여권 인사들은 윤 총장, 나 전 의원 사건을 가리켜 검찰이 '선별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와 비교했을 때 수사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두 사건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당시 '누구는 수사하고 누구는 안 하면 안 된다. 열 번 넘게 고발 당한 나경원 전 의원은 왜 수사를 하지 않느냐'는 정창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부분은 사실 선택적 수사가 아니냐는 예로, 많은 국민들로부터 질타받고 있는 부분"이라 답했다.

추 장관은 이어진 '윤 총장의 장모와 부인이 고발됐는데 왜 수사하지 않느냐' 질문에는 "지난 번에 사문서 위조 사건은 기소된 것으로 알고 있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께서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 그런 상명하복 관계에 있고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며 "의원이 주신 질의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