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사 만난 이재용…"한일 기업인 하늘길 다시 열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신임 총재가 지난해 7월 정부 대변인 당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7월7일 저녁 일본의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일본 대사를 만나 기업인 입국제한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총리 교체기와 맞물려 해법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7일 재계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 한일 기업인 출입국 제한 완화를 요청했다.

한 소식통은 "이 부회장이 민간외교 차원에서 주한 일본대사를 만났다"며 "입국제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4월부터 한국 등 입국금지 지역에서 출발한 외국인의 자국 내 체류를 금지했다. 이달부터 일본 영주권자 등 일부 외국인의 입국은 허용했지만 한국 국적 기업인은 여전히 입국금지 상태다.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자민당 신임 총재가 지난해 7월 정부 대변인 당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 정부도 지난 7월 말부터 일본 정부와 기업인 입국제한 완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도미타 일본 대사가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을 두고 양국 정부간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일본 정부가 최종 결정을 위해 한국 기업인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결정했을 때도 5박6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아 해법을 모색했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 때부터 쌓아온 일본 산업계와의 인맥을 탄탄하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지난해 일본 2위 통신사업자 KDDI로부터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사업을 수주한 데도 이 부회장이 상당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도쿄를 방문했을 때 일본 양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을 만났다.

재계에서는 일본 총리 교체를 계기로 양국의 수출규제 관련 논의도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차관이 지난 8일 도미타 대사를 만나 수출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일본 대신 벨기에, 독일 등지에서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를 수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