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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신부에서 ‘연매출 3억5천만원’ 영농인으로 환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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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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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농사의 완성…작목 선택에 신중 기해야”
“농촌 주축 40~50대 위한 정책 필요”

(안동=뉴스1) 정우용 기자[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신부에서 환속해 안동으로 귀농한 권상열씨가 안동 원액 생강청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0.9.19/© 뉴스1
신부에서 환속해 안동으로 귀농한 권상열씨가 안동 원액 생강청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0.9.19/© 뉴스1

(안동=뉴스1) 정우용 기자 = 경북 안동시 서후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봉정사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카페가 있다.

'그녀의 홈 카페'

이곳은 지난 2014년 귀농한 권상열씨(42)가 아내를 위해 만든 고즈넉한 찻집이다.

권 씨는 부모님이 식당으로 쓰던 건물을 개조해 2층은 부모님이 살고 1층은 그의 가족이 살면서 아내가 운영할 수 있도록 이쁜 카페를 만들었다.

◇신부의 삶에서 환속하니 당장 살집이 없더라

권 씨는 대구 사대부고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구 계산성당에서 수석 보좌신부를 하던 중 성당에서 아내를 만났다.

아내와 새 인생을 출발하기 위해 환속한 그는 직장생활을 했다. 자녀를 4명이나 낳았지만 외벌이로 아이들 양육하기에는 벅찼다. 거기에다 전세와 집값은 계속 올라 제대로 된 집을 장만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부모님이 계신 안동으로 귀농해 농가주택을 짓고 살면 최소한 주거문제는 해결되겠다 싶었다.

도시에서의 사교육비도 걱정되고 직장 생활을 하니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도 늘 부족해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더 젊은 나이에 농사를 배우기로 작정하고 38살의 나이에 퇴사하고 귀농을 선택했다.

막상 귀농 결정을 하고 보니 위암 수술 후 1994년에 귀촌해 건강을 되찾은 아버지가 "농사 지어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다" 며 극구 반대했고 처가식구, 아내, 친구 등 주변 모든 사람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부모와 아내를 설득해 식당으로 쓰던 건물을 개조해 부모님들이 거주할 2층을 만들고 1층에는 가족 숙소와 카페를 완성했다.

부모님께는 2년동안 농사를 배우겠다고 말씀드리고 감자, 고구마, 생강, 들깨, 참깨, 콩, 벼 , 고추 등의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작목이 많으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잠시 쉴 틈도 없이 계속 일만 해야 했다. 작목마다 약치는 시기가 다 다르고 그 시기를 놓치면 수확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귀농 2년 뒤인 2016년부터 9가지 작목에서 쌀과 생강 등 2가지의 작목만 농사지은 뒤 네이버 쇼핑몰에 입점시켰다.

벼농사는 안동의 백진주쌀을 재배했다. 이 품종은 맛이 있어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벼 농사 규모가 수요를 못따라 갈 정도였다.

쌀에 집중해서 농사를 지으려면 경작할 논이 두세배 더 필요하고 건조기, 콤바인, 창고 등을 추가로 갖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직접 농사를 짓는 대안으로 계약재배를 통해서도 원물의 확보가 가능하지만 이 무렵 안동농협이 인터넷을 통한 백진주쌀 판매를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농민들이 농협과 계약재배를 해버려 원물 확보 자체가 어려워졌다.

권 씨는 벼농사는 '확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대폭 축소하고 그해 말 매입해서 가공도 되고 확장성도 높은 생강을 주력작목으로 정하고 농민 보조사업을 통해 생강청 가공공장을 지었다.

생강은 재배하기에 따라 수확량이 천차만별이다. 물은 자주 줘야 되고 배수가 특히 잘 돼야 한다. 햇볕을 좋아하지만 그늘져야 하고 연작 피해가 있어 2년 이상은 한 곳에서 경작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1년만 재배하고 5년 동안 쉰 땅에서 짓는 경우도 있었다.

신부의 삶에서 환속한 권상열씨가 아내를 위해 만들어 준 '그녀의 홈 카페' 에서 아내와 함께 차를 들고 나서고 있다. 2020.9.19/© 뉴스1
신부의 삶에서 환속한 권상열씨가 아내를 위해 만들어 준 '그녀의 홈 카페' 에서 아내와 함께 차를 들고 나서고 있다. 2020.9.19/© 뉴스1

◇"귀농요? 구명보트에 애들 태우는 심정이었죠"

아이 넷과 아내 등 여섯 가족을 책임진 가장이 아무런 대안도 없이 퇴사를 결정했다. 권 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귀농할때 심정은 망망대해에서 어선을 타고 있다가 구명보트에 애들을 태우는 기분이었단다.

이삿짐센터에 살림살이를 6개월간 맡기고 필요한 짐만 싸서 대구 장모님 집에 갖다 놓은 뒤 아이들과 아내가 지내게 하면서 권 씨는 주말에만 방문하고 안동에서 집을 짓는 일에 몰두했다.

"농업이 생각보다는 전망이 아주 좋다"는 그는 "지금은 공부만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세상에 정답이 없고 삶에 대한 태도나 교육에 대한 가치관 등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물어 보는 습관도 귀농하면서부터 생겼다"고 말했다.

귀농 교육은 경북농민사관학교의 농기계 자가정비, 귀농귀촌, 농업회계교육, 유튜브 영상편집 등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3년이 고비…2년은 직장 연봉의 절반도 못 벌어

가장 힘들었던 점은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귀농 후 2년 동안은 직장생활 때 연봉의 절반도 못 벌어서 많이 힘들었다.

자본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3년차까지는 그저 열심히 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일하다 인대도 다치고 손가락까지 부러지는 등 일 년에 한번 정도는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됐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육제적으로도 고달프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3년이 고비였다. 농가주택 6000만원, 트랙터 농기계 5700만원. 등 1억 2000여만원의 대출을 냈다. 거치기간이 대부분 3~5년이고 그 다음부터 연납으로 원금을 상환해야 되는데 3년차까지 매출을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연납을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자율도 올라가고 차압되거나 강제 집행을 당하기도 한다.

귀농 초기에는 시골 문화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일하다가 오후 9시만 되면 다 사라지고 없다.

온라인으로 일을 해야 하는 권 씨는 밤을 지새우기가 일쑤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가 없었지만 마을주민들이 "(권 씨가) 게을러서 농사 못 짓는다" 고 흉을 보고 소문을 낼 수 있어서 항상 조심해야 했다.

농사를 지으려면 트랙터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하고 물이 있어야 하는데 마을 관정을 쓸 수 있도록 동의를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관정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사고가 나기도 한다. 한번은 밭작물을 시작했는데 기온이 높아 작물이 바짝 바짝 말라서 마을 관정을 이용하러 갔다가 마을 사람들이 '논농사용'이라고 못 쓰게 해서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좋은 점도 있다. 시골에 사니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한 등·하교용 스쿨버스가 온다. 한 학년에 3~4명 밖에 없는 학교의 전교생은 20여명 정도. 권 씨의 아이 4명이 전교생의 20%가 넘을 정도다. 시골에서 권 씨 아이들의 자존감은 높아졌다.

◇네이버 산지직송 코너 명예의 전당에 오르다

생강청을 주 작목으로 정하면서 '온라인 판매로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작정한 그는 필사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에 매달렸다.

생강은 보관이 1주일이 한계여서 금방 마르면서 썩는다. 마르지 않도록 토굴에 저장하면 잘 안 썩는 것을 알고 수분이 공급되는 특수 저장고를 지었다.

연중 판매를 위해 갈아서 착즙한 원액을 끓여 '안동 원액 생강청'을 만들었다. 카페에서 시음·판매 하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가공공장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생각지도 않은 생강청 구매평들이 올라왔다. "생리 때마다 진통제를 먹어야 되는데 생강청을 먹으니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 "임신해서 감기약을 못 먹는데 생강청 먹고 감기가 나았다" 등의 구매평들이 올라오면서 덩달아 판매가 늘었다.

네이버 스토어 팜에서는 구매 실적과 만족도 그리고 리뷰 숫자가 일정 기준 넘어서면 분야별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는데 생강차 리뷰 4003개, 구매 2205건, 만족도 평가 5점 만점에 4.7점 이상의 별표를 받아 네이버 산지직송 코너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네이버 스토어 팜에는 전국적으로 120개 농가만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다. 구매평과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네이버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 생강청 매출 목표 3억…농업온라인센터 설립이 목표

권 씨의 목표는 생강청 매출 3억원.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농업온라인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농업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컴퓨터 교육장은 물론, 상품촬영, 유튜브 촬영, 스튜디오, 팟캐스트용 녹음실 등을 만들어 귀농에 실패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신뢰'를 얻은 것이 그가 생각하는 귀농 성공 비결이다.

농장 이름을 '예선아빠'로 정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미지가 '엄마', '아빠'라고 생각하고 신뢰감을 주기 위해 생강청 포장 박스 옆에다 '예선이 아빠가 택배를 보냈어요' 라는 글귀를 넣었다.

집과 카페도 예쁘게 꾸미고, 블로그의 절반 이상을 상품보다는 자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올려 신뢰감을 높였다고 했다.

안동으로 귀농해 생강청 사업을 하는 권상열씨가 온라인 판매 작업을 하고 있다. 2020.9.19/© 뉴스1
안동으로 귀농해 생강청 사업을 하는 권상열씨가 온라인 판매 작업을 하고 있다. 2020.9.19/© 뉴스1

◇준비없는 귀농 너무 위험해

권 씨는 귀농을 '가정을 지키기 위한 수단', '새로운 세상으로의 진입'이라고 정의한다.

정형화된 답을 가지고 있던 삶의 방식이 농사를 통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귀농해서 열심히 하다보면 대기업 임원 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릴 수도 있지만 무작정 준비 없이 시작하면 너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많이 준비하고, 많이 공부해야 된다. 판매가 농사의 완성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이 좋아야 한다. 농사를 잘 짓는 것이 1차고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2차지만 판매 때문에 힘들어 질 수 있다"며 "판매와 유통과정을 잘 살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먼저 체크하고 신중하게 작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쌀은 네이버 쇼핑에서 조회수가 46만 건이나 된다. 그만큼 판매처가 많아 경쟁이 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좋은 상품은 팔린다"며 "구매 전환율, 구매의사, 방문객 수 등을 잘 살펴보고 소비자의 욕구에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씨의 지난해 연 매출은 3억5000만원. 이중 생강청 매출이 2억5000만원 정도고 쌀 판매로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내의 카페도 SNS등을 통해 '핫 플레이스'로 소문나 지난해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요즘 권씨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귀농 2년차인 2016년부터 부업으로 시작한 '벌초 대행'서비스가 '언택트 추석 연휴' 분위기로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300여기의 벌초 대행 예약을 받았고 매출은 2500여만원. 그 중 절반을 소화했다.

그는 "귀농해서 정착은 했지만 아직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며 "시골에서 왕성한 활동을하는 연령대는 여전히 40~50대인데 정부의 정책이 청년 위주로만 돼 있으니 이 세대들이 소외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촌 청년 정책에 최소한 40대를 포함시키면 이들의 귀농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청년들에게 전달되고 공동체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될텐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안동으로 귀촌해 생강청 사업을 하는 권상열씨가 생강을 수확하고 있다. 2020.9.19/© 뉴스1
안동으로 귀촌해 생강청 사업을 하는 권상열씨가 생강을 수확하고 있다. 2020.9.19/©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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