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하나로 다 됐소~" 비대면 관리로 쑥쑥 크는 축산물이력제

지난 17일 충남 공주시 '푸른살이' 농장에서 농장주 유기택씨가 ;축산물이력제 농장경영자' 앱을 통해 자신의 소 '망치'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혁수

지난 17일 충남 공주시 '푸른살이' 농장에서 농장주 유기택씨가 ;축산물이력제' 앱을 통해 자신의 소 '망치'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혁수

축산물품질평가원, 온라인 기반 '축산물이력제 앱(App)' 확산"가축시장에서 제대로 된 소 값을 받으려면 '좋은 씨'를 물려받아 잘 키운 소라는 걸 입증해야 해요. 그래서 혈통과 이력정보 관리가 중요한데 축산물이력제가 도입되고 나서 그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른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확인돼 농업인,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하게 됐습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충남 공주시 '푸른살이' 농장에서 만난 유기택씨(51·대표) 표정은 밝았다. 축사마다 바닥에 깐 볏집 상태는 어떤지, 사료는 사전에 설정한 양에 맞춰 공급되고 있는 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소들과 직접 눈을 맞추며 그들의 몸짓·표정 하나하나를 이해하려는 듯했다.


'망치'라 불리는 소 앞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낸 유씨는 '축산물이력제 농장경영자' 앱(App·애플리케이션)을 구현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개발한 이 앱은 이력제 참여농가가 많이 사용한다. 여기에 이력번호 12자리를 입력하자 잘생긴 망치의 모든 게 드러났다.

소의 종류 및 성별(한우·암소), 출생일(2009년4월8일, 138개월령), 사육지(충청남도 공주시 이인면), 구제역 예방접종 최종일(2020년 4월23일 접종후 151일 경과), 브루셀라·결핵 등 가축질병 검사날짜및 결과(음성)등 무려 16가지 정보가 공개됐다.

비대면으로 농장주가 직접 신고, 소비자들 16가지 정보 공유"예전 분들 얘기 들어보면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해 고의로 소 사육정보를 속이는 분도 있었고, 가축질병 여부도 감추는 이가 있었다고 하는 데 축산물이력제 도입 이후에는 이런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소에 부여된 이력번호만 확인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거든요. 하하"

가축과 축산물의 생산·유통단계별 관리를 통해 방역 효율성과 축산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축산물이력제'가 일선 농가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소비자는 물론 관련 산업 발전에 탄력을 받고 있다. 축산물 유통과정의 투명화가 소비자 신뢰로 이어지면서 사회·경제적 효과는 무려 8000억원에 달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각 분야에서 비대면(Untact)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축산업계 디지털 혁신방안으로 마련된 '축산물이력제' 서비스가 새로운 혁신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소 농장경영자가 송아지 출생 또는 폐사 등 관련 변경사항을 해당 농·축협, 지역축협 등에 직접 찾아가 신고를 해야 했지만 이를 농장주가 직접 스마트폰에서 비대면 신고할 수 있도록 개선함으로써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했다.
축산물 유통단계 투명화 사회·경제효과만 8000억원

소,돼지 축산물이력제 업무 흐름도 / 사진제공=축산물품질평가원

또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해 정밀 사양관리 체계 구축이 용이한데다 DNA유전정보, QR, 음성변환(TTS) 기술에 기반한 대국민 이력제 서비스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각종 유전정보를 토대로 혈통조회는 물론 등급결과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축산물이력제 앱을 개발하면서 농업인·소비자 등 사용자 중심의 컨텐츠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대국민 의견수렴을 통해 100여건에 달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사용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정진형 축평원 이력사업본부장)

실제 농장주들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최근 6개월새 크게 늘어났다. 지난 4월만 해도 다운건수는 4848건에 불과했지만 △5월 1만2128건 △7월 1만5319건 △9월 2만15건(1일 현재)을 돌파하며 한우농가 대표 플랫폼이 됐다. 같은 기간 전체 한우농가 10%(8500여명)가 이 앱을 이용할 만큼 반응이 좋다.

축산물이력제가 가져온 사회·경제적 효과는 다양하다. 서울대 이태호 교수팀이 발표한 '축산물이력제 성과분석'에 따르면, 축산물 유통단계가 투명화되면서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소 4500억원(매월 375억원) △돼지 3504억(매월 292억원) 등 약 8000억원에 달한다.

현장 농가의 정확한 사육통계를 기반으로 한 이력정보는 수급정책, 방역관리, 재해보험 등에도 활용된다. 가축 월령별·단계별 사육두수와 가축 이동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구제역 백신접종 여부와 부루셀라병 감염을 확인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장승진 원장은 "비대면 신고를 기반으로 한 축산물 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관련 데이터 통합 및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농가·소비자 맞춤형 정보 제공이 용이해 졌다"며 "앞으로도 축산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공감하는 축산분야 공공서비스 혁신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충남 공주시 '푸른살이' 농장에서 농장주 유기택씨가 ;축산물이력제' 앱을 통해 자신의 소 '망치'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