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째 의식없는 '라면참변' 형제…집엔 화재감지기도 없었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A군(10) 거주지에서 불이 나 A군과 동생 B군(8)이 중상을 입었다. (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2020.9.16/사진 = 뉴스1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중화상을 입은 인천의 초등학생 형제가 1주일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형제의 집에는 의무시설인 화재감지기조차 없어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미추홀소방서에 따르면 라면을 끓이다 난 불로 크게 다친 A군(10)과 B군(8) 형제가 살고 있던 미추홀구 집 안에는 불이 날 경우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는 단독형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는 2017년부터 모든 주택에 화재 감지기 등 소방시설의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료로 설치해 주는 지원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미추홀소방서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인 A군 형제 집에 화재 감지기 등 소방시설을 설치해 주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A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설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A군 형제가 살던 빌라에 거주하는 다른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가구는 화재 감지기를 설치한 상태다.

만일 A군 형제의 집에 화재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면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화재를 감지하자마자 경보음이 울려 소방서에 더 빠른 신고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사고 발생 시각인 지난 14일 오전 11시 16분쯤 A군 형제는 소방서에 "XX 빌라에 불이 났어요. 살려주세요"라며 신고했지만, 신고에는 정작 중요한 주소나 화재 상황 설명이 빠져 있었다.

소방당국은 스마트폰 위치 추적 등을 이용해 A군 형제의 위치를 찾았으나, 인근에 같은 이름을 쓰는 빌라가 여러 곳 있어 주소 파악에 어려움을 겪다 다른 주민 신고를 받은 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A군 형제는 지난 14일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A군 형제는 화재가 발생하자 놀라 119에 신고했고, 이후 A군은 전신에 3도 화상을, 동생 B군은 1도 화상을 입은 채로 발견됐다.

A군 형제와 어머니는 기초생활 수급 가구로, 생계·자활 급여 등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가 과거 A군 형제에 대한 방임과 학대로 아동복지법을 위반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상태인 점이 확인됐다.